3·1운동 100주년 기념해 서울서 열린 대화모임서 언급
"現일왕, 가장 일찍, 가장 진지하게 한국인에 사죄마음 표명"
"새 일왕, 現일왕과 같은 마음으로 한국민 접하면 관계 큰 진전"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일본 총리는 29일 "5월에 즉위하는 새 덴노(天皇·일왕) 폐하가 한국민의 환영 속에서 방한하게 될 기회가 생기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한일관계: 새로운 백년을 모색한다'를 주제로 이날 서울 평창동 '대화의집'에서 열린 3·1운동 100주년 대화모임(대화문화아카데미·동아시아평화회의 공동 주최)에서 이같이 말했다.
일본 민주당 정권 시절 2009년 9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총리로 재임했던 하토야마는 퇴임 후인 2015년 8월 서울 서대문형무소를 찾아 추모비 앞에서 무릎을 꿇고 사죄한 일이 말해주듯 과거사 인식 면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현 총리의 대척점에 서 있는 인물이다.
그는 총리 재임 시절 한일간에 논의가 오갔던 아키히토(明仁) 일왕의 방한이 성사되지 못했음을 상기하며, 현 일왕의 아들이 부친이 못다 이룬 일을 함으로써 한일관계 개선에 한 획을 긋길 희망한 것이다.
이와 관련, 이날 하토야마 전 총리는 문희상 국회의장이 최근 '일왕의 사죄'를 거론해 일본 여론이 들끓었던 일을 소개하며 "덴노 폐하가 사죄하지 않았을까요"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아키히토 일왕이 1994년 3월 일본을 방문한 김영삼 당시 대통령에게 "한반도 사람들에게 다대(多大)한 고난을 입힌, 한 시기가 있었다", "깊은 슬픔의 감정" 등의 말로 '사죄의 마음'을 표현했다면서 "덴노 폐하가 가장 일찍, 가장 진지하게, 가장 명확하게 한국 여러분께 사죄의 마음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하토야마는 5월 즉위할 새 일왕이 "한국을 방문할 기회가 생겨 헤이세이(平成) 덴노(아키히토 현 일왕)와 같은 심정으로 한국민을 접할 때 일한관계는 커다란 진전을 이루게 되리라고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하토야마 전 총리는 "지금만큼 일한관계에서 미래를 직시하고 냉철해야 하는 때가 없는 것 같다"며 "일한 양국 정부가 징용공(강제징용 피해자의 일본식 표현) 피해자분들의 존엄과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해 냉철하게 대화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의 대표적 지한파 지식인인 와다 하루키(和田春樹) 도쿄대 명예교수는 "일한 관계를 개선하고 정상으로 유지·발전시키는 것이 지금만큼 필요한 때는 없다"고 강조했다.
와다 교수는 "열린 동북아 평화프로세스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일본이 지금까지의 대화 거부, 제재와 위협의 길에서 벗어나 일북 국교정상화로 확실하게 나아가는 것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본 국민에게 그렇게 하도록 호소하고 설득하여 함께 어깨를 걸고 나아갈 이는 한국 국민, 한국 정부 외에 없다"고 말했다.
또 와다 교수는 "오바마 대통령의 무조건 쿠바 국교수립 전례를 본받아, 제재를 유지한 채 평양선언(2002년 북일정상회담 합의문)에 따라 국교를 맺고 대사관을 개설하고 즉각 핵·미사일 문제, 경제협력 문제,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문제에 관해 협상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와다 교수는 "국교를 맺으면 북한에 대한 문화 교류, 인도적 지원이 가능해지고, 북한은 되돌아갈 여지 없는 국제환경 개선을 얻어낼 수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북일관계 개선은) 북미 협상과 남북 협상을 도울 수 있게 될 것이 분명하다"며 "일한 협력을 통한 북일 수교가 남-북-일 3국의 새로운 협력으로 향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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