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에 남편 잃고 생계 위해 등반 가이드로 나서
(카트만두 AFP=연합뉴스) 셰르파족은 오랜 세월 히말라야 고산지대에 살아온 소수민족이다.
고산의 지형과 기후에 익숙한 이들은 에베레스트 등 '세계의 지붕'으로 불리는 히말라야 고봉에 오르려는 전문 등반가의 길잡이 역할을 해왔다. 그래서 셰르파라는 부족 명이 등반 가이드를 뜻하는 일반 명사처럼 쓰인다.
셰르파 부족 중에서도 무거운 짐을 지고 빙벽과 암벽을 오르내리는 힘든 등반 가이드 일은 지난 수 세기 동안 남자의 전유물이었다. 여성은 가정을 돌봤다.
그러나 최근 변화가 생기고 있다. 등반 가이드 일에 뛰어드는 여성이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푸르디키와 니마 도마가 '금녀의 벽'을 깨려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 두 여성은 최근 카트만두에서 트레킹 가이드로 일하면서 실력을 쌓아왔고, 본격적인 등반 시즌인 다음 달 8천m 이상 고봉에 도전할 예정이다.
평범한 셰르파족 여성이던 이들이 전문 등반 가이드에 도전하게 된 것은 순전히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등반 가이드로 일하던 남편이 어느 날 갑자기 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가족의 생계가 막막해진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것이다.
푸르디키는 "남자가 산에 올랐고 우리는 다른 일을 했다. 나는 찻집을 운영하면서 가정을 돌봤다. 산에 오르는 건 생각도 못 한 일"이라고 말했다.
니마 도마는 "남편이 죽고 몇달간은 집에서 울기만 했는데, 이제 가족과 나 자신을 돌봐야 한다"며 "혼자서 이 일을 하는 게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히말라야에 남편을 잃은 두 여성은 비슷한 처지의 서로를 위로하고 의지하며 등반가의 길을 모색해왔고, 이제 제법 전문가다운 실력도 쌓았다.
지난해 11월에는 '아일랜드 피크'(6천189m)와 '출루 파 이스트'(6천59m) 등 2개의 6천m 이상 고봉도 등정했다.
이들을 가이드로 삼아 '두 미망인 원정대'(Two Widow Expedition)를 계획 중인 여행사 앙스 히말라야 어드벤처의 앙 체링 라마는 "그들은 산에서 자랐다. 등반가로서 그들은 매우 강하다"고 말했다.
히말라야 등반 활동에서는 최근 여성이 이뤄낸 성과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네팔 관광국에 따르면 지난 시즌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8천848m) 등정에 성공한 여성은 모두 18명으로 사상 최다였다.
히말라야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셰르파족 등반 가이드 및 보조자는 남성이 4천명으로 여전히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여성도 34명이나 활동하고 있다.
올해 44살인 라크파는 지금까지 에베레스트를 9번 등정한 대표적인 셰르파 등반 가이드이며, 국제 공인을 받은 여성 등반 가이드도 나왔다.
하지만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셰르파족 사회에서 남편을 잃은 여성들이 등반 가이드로 활동하기란 여전히 쉽지 않고 차별도 존재한다.
다와 양줌은 "그들은 남편에 의지해 생활해왔고 교육도 받지 못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가족 부양의 의무를 지게 됐다. 그래서 어렵고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이드 활동을 시작하는 푸르디키와 니마 도마는 여성으로서 그리고 남편 없는 여성으로서 2개의 도전 과제를 안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이들은 비슷한 처지의 여성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니마 도마는 "남편을 잃고 혼자 사는 여성들이 남보다 못하지 않으며, 무엇이든 성취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에베레스트에 오르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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