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부동산 투기 논란에 휩싸인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29일 전격 사퇴했다. 논란이 불거진 지 하루 만에 14개월간 지켜온 대변인 자리에서 물러난 것이다. 김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보낸 사퇴의 변에서 흑석동 상가 매입에 대해 "아내가 저와 상의하지 않고 내린 결정이었고, 제가 알았을 때는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지경이었다"며 "이 또한 다 제 탓"이라고 해명 겸 자책을 했다.
김 대변인의 사퇴는 공직자로서 당연히 해야 할 처신이었다. 하루 전만 하더라도 그는 흑석동 상가 매입을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이라고 해명했고, 여권 일각에서도 한때 '물러날 사안까진 아니다'는 분위기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여론 앞에선 김 대변인도 청와대도 어쩔 수 없었다.
김 대변인의 상가 매입 과정을 살펴보면 '투기가 아닌 투자'라는 그의 해명은 국민의 잣대와는 차이가 크다. 그가 매입한 2층짜리 복합건물 소재지만 하더라도 이른바 '마용성(마포·용산·성동)'과 함께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돼 있다. 김 대변인은 지난해 7월 재산 14억원과 은행 대출금 10억2천만원 등을 보태 25억7천만원에 해당 건물을 샀다고 했다. 일종의 '갭투자'로 보인다. 작년 2월 청와대 대변인으로 부임하면서 서울 전셋집에서 관사로 이사를 하고 전세금도 보탰다고 한다. 정부의 대출 억제 정책에도 시중은행이 그에게 거액을 대출한 것이나 서울에 살던 그에게 청와대 관사가 제공된 점 등은 국민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긴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인 2017년 6월 부동산 담보 대출 억제를 골자로 한 '6·19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부동산 시장 안정에 주력했다. 지난해만 해도 '8·27 대책' '9·13 대책' 등을 쏟아냈다. 김 대변인이 이런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국민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고 협조를 당부해온 '대통령의 입'이었다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현직 장관과 청와대 참모진 중에 다주택자가 적지 않다는 사실에 국민들은 '내로남불'이라며 혀를 찬다. 이런 마당에 김 대변인이 자리를 지키는 것은 민심에 역행하는 처사가 될 수밖에 없다.
공직자는 청렴해야 한다. 돈과 권력을 동시에 추구하면 공익과 사익을 구분해야 하는 공직자의 본분을 망각하기 쉽다. 조선 시대에는 이상적인 관료상으로 맹사성·황희·이황 같은 청렴하고 근검한 관리를 청백리(淸白吏)로 뽑아 추앙했다. 대한민국 정부도 1981년 청백리상을 제정, 청렴하고 정직한 공직자상을 권장한다. 그렇다고 주요 공직자들에게 청백리의 삶까지 강요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김 대변인 사퇴를 공직자의 올바른 자세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아울러 공직자들에게 신중한 처신만큼은 꼭 당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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