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편이 검찰공무원…나 믿지" 70억원 가로챈 주부 징역 7년

입력 2019-03-29 17:14  

"내 남편이 검찰공무원…나 믿지" 70억원 가로챈 주부 징역 7년
친인척·동창 등 15명 상대 투자금 챙겨…피해액 30억원 변제 안 돼
수시로 해외여행, 백화점 월 1천만원 지출 등 사치도



(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기자 = 검찰 수사관인 남편 신분을 내세워 고수익을 미끼로 투자금 70여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40대 여성이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울산지법 형사11부(박주영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49·여)씨에게 29일 이같이 선고했다.
공소내용을 보면 A씨는 "친한 친구 남편이 스웨덴에 살면서 아시아를 총괄하는 에이전시 대표인데, 외국인들의 국내 거주자금으로 3억원을 투자하면 한 달에 1천700만원을 지급한다"고 지인 B씨를 속여 2017년 12월부터 2018년 9월까지 총 71회에 걸쳐 24억5천여만원을 받아 챙겼다.
A씨는 또 "미국에 사는 친구를 통해 주식에 투자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거나 "아는 언니가 서울에서 펀드매니저로 활동하는데 1∼2개월 단기 투자로 20∼30%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등 고수익을 미끼로 다른 피해자 14명에게서 적게는 500만원에서 많게는 18억여원에 달하는 돈을 끌어모았다.
A씨가 2011년부터 약 7년 동안 피해자 15명에게서 받아 챙긴 돈은 총 70억원이 넘는다.
그중 절반이 넘는 40억원가량은 투자금 상환 등으로 반환됐지만, 여전히 30여 억원은 피해 변제가 되지 않은 상태다.
애초 A씨는 주식 투자 실패에 따른 손실금을 회수하려고 증권회사 지점장이나 펀드매니저 등 가상의 인물과 친분을 과시하면서 친인척들을 상대로 투자금을 모았다.
그러나 이후 이들에게 약속했던 수익금이나 원금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자, 자녀 친구의 부모나 동창 등으로 범행대상을 넓힌 것으로 드러났다.



A씨의 범행 행각은 피해자들이 A씨를 경찰에 고소하면서 밝혀지게 됐다.
울산지검은 지난해 10월 "소속 수사관에게서 자신의 부인이 지인과 돈거래를 하다 변제하지 못해 경찰에 고소될 예정이라는 내용의 자진 신고를 받았다"며 이례적으로 해당 사건을 언론을 통해 알리기도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초범인 점, 수사기관에 자수한 점,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피해자들에게도 피해 확대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편취액 중 상당 금액이 수익 명목으로 회수된 점 등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이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반환된 돈을 제외한 실제 피해액이 30여억원에 달하지만 피해 변제가 되지 않았고, 변제를 위한 특별한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다"면서 "검찰 공무원으로 재직 중인 남편 신분이나 재력을 과시하고, 가공의 인물을 내세워 여러 투자처로부터 상당한 수익을 올리는 것처럼 속이는 등 수법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편취한 돈으로 장기간에 걸쳐 해외여행을 수시로 다니고, 이 무렵 한 백화점에서 지출한 돈이 한 달에 수백만원에서 1천만원에 이르는 등 사치스럽게 생활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피해자들이 큰 고통을 겪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그에 상응한 처벌을 면할 수 없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hk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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