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잡지류소매업, 장류제조업, 자동판매기운영업 등
식품 대기업 '과감한 투자' 강조…동반성장위 "양측 입장 고려해 신속 심사"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영세한 소상공인의 사업 영역을 보호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도입된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신청이 잇따르고 있다.
제도 시행 3개월여 만에 14개 업종이 심사를 요청했고, 현재 신청을 준비 중인 업종들도 있다.
31일 동반성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2일 현재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신청한 업종은 ▲ 서적 및 잡지류 소매업 ▲ 중고자동차판매업 ▲ 자동판매기운영업 ▲ 제과점업 ▲ 화초 및 산식물소매업 ▲ 가정용가스연료소매업 ▲ 장류제조업(간장·고추장· 된장·청국장) ▲ 자동차전문수리업 ▲ 앙금류 ▲ 어묵 ▲ 두부를 포함한 14개이다.
여기에 최근 구성된 '전국화장품가맹점연합회'도 화장품 소매업이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도록 신청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생계형 적합업종은 기존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이 만료되는 업종이나,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신청돼 합의가 이뤄지기 전 시급히 보호할 필요성이 있는 업종 등이 지정을 신청할 수 있다.
서적 및 잡지류 소매업, 중고자동차판매업 등 상당수는 지난 2월 중소기업 적합업종 기간이 만료된 곳이고, 자동차전문수리업 등은 5월 만료를 앞두고 있다.
'소상공인 단체'가 중소벤처기업부에 지정 신청서를 내고, 동반성장위에 추천 요청서를 제출하면 동반성장위가 실태 조사와 의견수렴 등을 거쳐 9개월 이내에 중기부에 대상을 추천한다.
중기부는 동반성장위의 추천서를 토대로 심의위원회를 열어 3∼6개월 이내에 지정 여부를 결정한다.
이렇게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결정되면 해당 업종엔 대기업이 5년간 사업을 확대하거나 진입할 수 없다. 위반 시에는 매출의 5%까지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그러나 제도의 시행에도 불구하고 허점 때문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일선의 소상공인들은 생계형 적합업종 신청을 하더라도 지정까지 최장 15개월이 걸리는 점을 지목한다. 적합업종 지정 전 긴 공백기가 생기면서 이때를 틈타 대기업들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걱정이다.
서점조합연합회는 지난 14일 교보, 영풍문고 등과 '서점 상생'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지만, 일반적인 사례는 아니다.
반면 대기업은 이미 시장에 진출한 업종이 생계형 업종으로 지정됐을 경우 타격을 우려한다. 특히 장류, 김치 시장에 진출한 식품 대기업은 식품 산업경쟁력과 세계화를 위해선 기업의 과감한 투자가 필수라고 주장한다.
동반성장위원회는 양측의 입장을 고려해 최대한 신속하게 심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권기홍 동반성장위원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로선 (대기업과 소상공인의 의견) 두 가지를 다 고려할 수밖에 없다"며 "공백 기간을 최소화하되 해당 기간에는 상생협약을 통해 최대한 문제를 해결하고, 적합업종 지정이 결정될 때까지는 도덕적 압력을 행사하는 방법밖에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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