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 선배께 피안타…확실히 위압감 있더라"
"권오준 선배부터 최충연 선배까지, 매일 배우는 중"
(대구=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삼성 라이온즈 1차 지명 신인 원태인(19)은 '칭찬'을 받으며 성장한다.
시범경기까지만 해도 "많이 부족하다. 더 열심히 하라"고 냉정하게 다그치던 오치아치 에이지(50) 삼성 투수 코치는 정규시즌이 개막하자 연일 원태인을 칭찬한다.
삼성 선배들도 세세한 조언을 하며 그의 성장을 돕는다.
29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만난 원태인은 "데뷔전에서 처음으로 오치아이 코치님께 칭찬받았다. 첫 홀드를 올렸을 때도 오치아이 코치님께서 칭찬하셨다"고 밝게 웃었다.
충분히 칭찬받아야 할 투구였다. 원태인은 2경기에서 2⅔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볼넷은 아직 한 개도 내주지 않았다.
NC 다이노스와의 개막 2연전(23∼24일)에서 벤치만 지켰던 원태인은 2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방문경기 0-7로 뒤진 7회말 1사 2루에 등판했다. KBO리그 정규시즌 데뷔전이었다.
원태인은 오윤석과 한동희를 모두 땅볼로 처리했다.
그는 "그날 처음으로 오치아이 코치님께 칭찬받았다"고 했다.
첫 등판을 상쾌하게 마친 원태인에게 더 중요한 역할이 주어졌다.
원태인은 28일 롯데전에서 7-4로 앞선 6회말 등판했다. 홀드 상황이었다.
첫 타자는 여러 차례 "꼭 상대하고 싶은 타자"라고 말했던 이대호였다.
원태인은 볼 카운트 2스트라이크에서 체인지업을 던지다 중전 안타를 맞았다.
그는 "조금 더 공을 떨어뜨리려고 했는데 실투가 나왔다. 너무 완벽하게 던지려고 하다 보니 오히려 결과가 나빴다"며 "정말 이대호 선배님은 대단하셨다. 등장하실 때부터 위압감이 느껴졌다. 그래도 상상만 하던 이대호 선배님과의 승부가 즐거웠다"고 했다.
정규시즌 첫 안타를 맞았지만, 원태인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오윤석을 삼진으로 처리하더니, 한동희를 유격수 앞 병살타로 요리하며 이닝을 끝냈다.
그리고 7회에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원태인은 "당연히 교체하실 줄 알았다. 그런데 오치아이 코치님께서 '한 이닝 더 던져보자'고 하셨다"며 "내게는 소중한 기회였다. 더 집중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원태인은 카를로스 아수아헤를 삼진으로 돌려세웠고, 김준태를 2루 땅볼, 신본기를 우익수 뜬공으로 잡으며 2이닝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개인 첫 홀드도 얻었다.
원태인은 "정말 프로는 다르다. 시속 150㎞를 던져도 제구가 안 되면 타자들이 안타를 만들더라"며 "그래서 구속보다는 제구에 신경 쓰고 던졌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원태인이 경기에서 던진 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145㎞다. 더 빠른 공을 던질 수 있지만, 그는 '정확한 투구'에 집중하고 있다.
원태인은 "오치아이 코치님께 28일에 또 칭찬을 받았다. 정현욱 코치께서도 '넌 더 좋은 투수가 될 수 있다'고 격려하셨다"고 전하며 기분 좋게 웃었다.
삼성은 경북고 우완 원태인을 1차 지명하며 계약금 3억5천만원을 안겼다. 그만큼 원태인에 대한 기대가 크다.
삼성 선배들도 원태인을 아낀다.
원태인보다 스무 살이 많은 권오준은 그를 '캐치볼 파트너'로 정했다. 훈련할 때마다 원태인에게 '경험'을 전수한다.
삼성 마무리 우규민은 불펜에서 함께 대기하다가, 원태인이 마운드에 오르기 전 "잘 던질 수 있어"라고 자신감을 심어준다.
최충연은 슬라이더에 대해 조언하기도 했다.
원태인은 "삼성에 좋은 선배님들이 정말 많다. 매일 배우고 있다"고 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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