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센 가맹점엔 2배 돌려준 카드사…해외여행·현금까지 '펑펑'

입력 2019-03-31 07:01   수정 2019-03-31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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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센 가맹점엔 2배 돌려준 카드사…해외여행·현금까지 '펑펑'
통신3사에 최악 '출혈마케팅'…법인카드 고객사엔 사내복지기금까지 상납



(서울=연합뉴스) 박용주 기자 = 신용카드사들이 이동통신사 등 일부 대형가맹점에 수수료 수입의 2배에 육박하는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법인카드를 유치하기 위해 기업에 600억원에 달하는 사내복지기금 등 현금성 기금까지 상납한 것으로 드러났다.
강자인 대형사에 출혈마케팅을 제공한 데 따른 손실은 힘없는 일반가맹점과 고객에 떠넘겼다.
31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의원에게 제출한 '주요 대형가맹점 대상 카드사 경제적 이익 제공 현황 자료' 자료를 보면 8개 신용카드사들은 지난해 마트와 백화점, 자동차, 이동통신 등 12개 대형 가맹점에서 1조6천457억의 가맹점 수수료 수입을 벌어들이고 1조2천253억원의 '경제적 이익'을 제공했다.

카드사들이 이들 대형가맹점에 제공한 서비스의 대가로 받은 돈의 74%를 되돌려주는 불합리한 마케팅을 했다는 의미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마케팅 비용으로, 카드사가 돌려준 '경제적 이익' 중 9천425억원에 달했다.
일례로 소비자가 특정 카드로 마트에서 물건을 살 때 5% 할인을 받았다면 이 돈을 카드사가 낸 것이다.
이번 조사에 포함된 대형가맹점은 이마트[139480]와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와 현대와 롯데, 신세계[004170] 등 백화점, 현대기아와 르노삼성, GM대우 등 자동차, KT[030200]와 LG, SK 등 이동통신업체다.
업종별로 수수료 수입 대비 경제적 이익 제공 비율을 보면 이동통신사가 143%로 가장 높다. 카드사 입장에선 서비스 대가 1만원을 받아 1만4천300원을 내준 셈이다.
특히 카드사들은 LG텔레콤에서 1천11억원의 가맹점 수수료를 받아 1천957억원의 경제적 이익을 제공했다. 돌려준 돈이 2배에 육박한다.
대형마트엔 수수료 수입의 62%를, 백화점은 42%를, 자동차업체에는 55%를 돌려줬다.


법인카드 고객사에 제공한 경제적 이익은 이보다 훨씬 컸다.
8개 신용카드사가 지난해 법인카드 고객사에서 받은 연회비 수익은 148억원인데 이들에게 돌려준 경제적 이익은 4천165억원에 달했다.
연회비로 1만원을 받아 28만원을 돌려준 것이다.
경제적 이익 내역을 보면 법인카드 상품에 탑재된 부가서비스 비용이 3천166억원으로 연회비의 20배를 넘었다. 개인 카드고객이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의 부가서비스를 법인카드에는 제공한 것이다.
법인카드 고객사 직원들을 해외여행 보내주는데 44억원의 예산을 썼고 사내복지기금 등에 현금출연이 592억원에 달했다.
사내복지기금은 근로자의 주택구입자금 및 자녀 장학금, 재난 구호금 등 용도로 쓰는 말 그대로 근로자 복지성 자금이다. 카드사들이 터무니없는 부가서비스를 제공한 것도 모자라 법인카드 고객사의 사내복지기금까지 채워줬다.
법인카드 회원에 제공한 현금성 기금 출연금 규모만 연회비 수익의 4배다.


카드사들은 이런 출혈마케팅을 하고도 지난해 1조3천800억원에 달하는 순이익을 벌어들였다. 감내할 수 없는 수준으로 가맹점 수수료를 인하했다지만 가맹점 수수료 수익은 1년전 대비 6천억원 늘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형가맹점과 법인카드 고객사에 이런 출혈마케팅을 하고도 이처럼 많은 수익을 낸다는 것은 일반가맹점(수수료)과 일반 카드회원들(카드론 등)에게 비용을 전가하고 있다는 뜻"이라면서 "이런 식의 수수료 역진성 문제를 올해는 반드시 시정하고 넘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학영 의원은 "실질적인 카드수수료의 역진성이 이처럼 심각한 상황에서 수수료를 낮춰달라는 대기업의 요구를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카드업계의 제 살 깎아 먹기 경쟁을 방지하고 카드수수료 체계의 역진성을 해소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spee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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