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초대형 입시 비리 연루 부유층 학부모 첫 법원 출석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미국판 스카이캐슬'로 불리는 초대형 입시 비리에 연루된 부유층 학부모 가운데 일부가 법정에서 죄의식 없는 모습으로 비판을 받았다.
본격적인 재판을 앞두고 해외여행 허용을 요청했다가 퇴짜를 맞기도 했고, 변호사를 통해 기소 자체가 증인의 일방적인 주장에 의해 이뤄졌다고 주장하며 승소를 자신하기도 했다.
AP통신은 29일(현지시간) 보스턴 연방법원에 입시 비리에 연루된 부유층 학부모들이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고 전했다.
일종의 공판준비기일로, 법원 측이 피고인들에게 혐의 내용과 권리를 알려주는 자리였다.
연방 검찰은 예일대, 조지타운대, 서던캘리포니아대 등에 뒷돈을 주고 자녀를 체육특기생 등으로 부정 입학시킨 학부모와 운동부 코치, 체육계 인사 등 50여명을 기소했다.
문제의 학부모 중에는 나파밸리 와인 농장주, 부동산 개발업자, 실리콘밸리 기업인, 식품 브랜드인 '핫 포켓츠'(Hot Pockets)의 상속녀 등 총 33명이며, 지금까지 드러난 뇌물 액수만 2천500만 달러(283억 원)에 달한다.
딸이 서던캘리포니아대 농구선수 지명을 받을 수 있도록 뇌물을 건넨 혐의로 기소된 윈 카지노의 전 경영진인 가말 압델아지즈는 변호인을 통해 다음 달에 사업차 멕시코를 방문해야 한다며 재판부에 출국 허가를 요청했다.
또 그의 변호인은 "이 사건은 다툼의 여지가 있다. 협조적인 증인 한 명에 의존하는 사건이라서 이길 수도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판사는 압델아지즈가 출장 후 여권을 반납하는 조건으로 출국을 허가했다.
또 인기그룹 유투(U2)의 멤버인 보노와 투자펀드를 공동 설립했던 윌리엄 맥글래샨은 본격적인 재판을 앞두고 멕시코 가족여행 허용을 요청했다.
그는 뒷돈을 주고 아들을 서던캘리포니아대 풋볼팀에 합격시킨 혐의를 받는다. 그의 아들이 다닌 고등학교는 풋볼팀 자체가 없었다.
검찰은 맥글래샨이 소유한 몬태나 등지의 부동산을 거론하면서 국내 여행 옵션이 많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결국 맥글래샨의 요청을 거부했다.
한편, '핫 포케츠'의 상속인인 미셸 야나브스는 두 딸을 비치발리볼팀 선수로 서던캘리포니아대에 진학시키는 과정에서 10만 달러(1억1천만원)의 뇌물을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핫 포케츠'는 2002년 네슬레에 26억 달러(3조원)에 팔렸다.
나파밸리와 오리건에 와인용 포도농장을 소유한 어거스틴 후니우스는 딸의 미 대입시험(SAT) 점수를 조작하고, 서던캘리포니아대 수구 선수로 입학시키는데 최소 5만 달러를 쓴 혐의를 받고 있다.
미국 드라마 '위기의 주부들'로 유명한 배우 펠리시티 허프먼과 시트콤 '풀하우스'의 유명 배우 로리 로우린도 비슷한 혐의로 기소돼 조만간 법정에 출석할 예정이다.
이번 입시 스캔들의 중심에 있는 입학 컨설턴트 릭 싱어와 예일대 여자축구 대표팀 감독 등 3명이 지금까지 유죄를 인정했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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