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 선율로 통영 두드린 잔데를링 "음악가로서의 운명 믿어"

입력 2019-03-30 18:05  

'운명' 선율로 통영 두드린 잔데를링 "음악가로서의 운명 믿어"
통영국제음악제 개막 공연 지휘…8월 드레스덴 필과 마지막 투어



(통영=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나 스스로 운명의 목을 조르고야 말겠다. 이 시련이 나를 굽히거나 완전히 좌절시키지 않을 것이다."
갈수록 청력을 잃어가던 베토벤이 제5번 교향곡 '운명'을 작곡하며 남긴 메모다.
그러나 지난 29일 경남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울려 퍼진 '운명' 교향곡은 심오하고 투쟁적이라기보다는 유연하고 자연스러웠다.
이날 스위스 루체른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색다른 '운명' 교향곡을 선보인 지휘자는 독일 출신 미하엘 잔데를링(52)이다. 이날 공연은 다음 달 7일까지 열리는 '2019 통영국제음악제'의 개막 공연이었다.
30일 통영국제음악당에서 만난 잔데를링은 "내 삶을 이끄는 운명을 믿는다"며 "날 찾아오는 운명을 편안하게 받아들이려 한다"고 말했다.
가혹한 운명에 맞서 싸우기 위해 음 하나하나에 힘을 주는 대개의 '운명' 교향곡 연주와 차별화됐던 전날 공연이 자연스럽게 연상됐다.
"음악가 가정에서 태어난 것, 첼리스트로서 커리어를 시작한 것, 지휘자가 된 것 등 모든 과정은 제가 의도한 것이 아닙니다. 행운이나 운명에 가까운 것이었죠."



그는 독일 지휘 거장 쿠르트 잔데를링(1912~2011)의 아들로,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음악을 접했다. 이후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베를린 방송교향악단 등에서 첼리스트로서 커리어를 쌓던 그는 2000년 베를린 체임버 오케스트라와의 무대에서 지휘자로 데뷔했다. 이 역시 "예기치 않게 찾아온 일"이었다고 잔데를링은 회고했다.
"지휘를 해달라는 갑작스러운 제안이었죠. 지휘자가 될 생각이 애초에 없었기 때문에 아버지에게서도 단 한 줄의 가르침을 받지 않았습니다. 처음엔 고사했지만 결국 포디엄에 오르게 됐고 지금까지 지휘자로 활동하고 있어요. 무엇인가를 얻으려고 애를 쓰거나 압박을 느끼면 오히려 일을 그르친다고 생각해요. 편안하게 제게 찾아오는 운명을 맞이하고 싶어요."
그는 이 같은 이유로 2011년부터 수석 지휘자로 활동해온 독일 명문 악단 드레스덴 필하모닉과 작별을 결심했다.
오는 7월 6일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7월 7일 아트센터 인천)에서 열리는 드레스덴 필하모닉 내한 공연은 잔데를링과 함께 하는 마지막 투어 공연의 일환이다.
그는 "향후 2년간 그 어떤 상임 지휘 활동도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2년간 어린 자녀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더 주된 이유는 한 악단을 오랫동안 성장시키는 대신, 매번 새로운 악단과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기 때문입니다. 시간을 조금 더 자연스럽고 즐겁게 쓸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보고 싶어요. 그런 뒤에 다시 상임 지휘자로 복귀하고 싶습니다."
드레스덴 필하모닉 내한 공연 프로그램에도 베토벤 교향곡 5번이 포함됐다. 이 밖에 슈베르트 교향곡 8번 '미완성'과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율리아 피셔 협연) 등도 선보인다.
sj997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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