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당-야권연합 박빙…네타냐후, 안보로 보수층 집결 시도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이스라엘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국제사회의 이목이 쏠린다.
베냐민 네타냐후(69) 이스라엘 총리는 오는 4월 9일 치러질 총선에서 또 한 번 갈림길에 설 전망이다.
강경 보수파 정치인으로 통하는 네타냐후 총리가 이번 총선에서 승리하면 5선에 성공한다.
그는 1996년 리쿠드당을 총선 승리로 이끈 뒤 1999년까지 총리를 지냈고 2009년 두 번째 총리직에 올랐다.
13년 동안 이스라엘 총리를 지냈지만 지난달 검찰이 부패 혐의를 그를 기소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과거 어느 선거보다 험로가 예상된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번 총선에서 네타냐후 총리의 리쿠드당과 베니 간츠(60) 전 군 참모총장이 이끄는 중도정당연합의 접전 양상이다.
이스라엘 일간지 예디오트 아흐로노트가 29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간츠가 꾸린 중도정당연합 '블루와화이트'(Blue and White)가 총선에서 31석을 확보하고 리쿠드당은 27석에 그칠 것으로 나타났다.
그 하루 전인 28일 현지방송 채널13이 발표한 다른 여론조사에서는 블루와화이트와 리쿠드당이 똑같이 30석씩 확보할 것으로 전망됐다.
집권 리쿠드당과 야당연합 블루와화이트가 혼전 양상이지만 이스라엘 정치의 특성상 네타냐후 총리가 일단 유리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스라엘은 유권자들이 개별 후보가 아닌 정당 명부에 투표해 그 결과로 크네세트(이스라엘 의회)의 전체 120석을 당 지지율에 따라 배분한다.
이스라엘에서는 1948년 건국 이래 단독 정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한 전례가 없고 여러 정당이 연립정부를 구성했다.
리쿠드당이 이번 총선에서 최다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더라도 네타냐후 총리가 다른 정당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연임에 성공할 수 있다.
이스라엘 매체 하레츠는 리쿠드당을 비롯한 우익 정당들이 연합하면 크네세트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유대인 민족주의와 안보 이슈를 부각함으로써 보수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는데 데 공을 들이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10일 이스라엘 여배우 로템 셀라와 소셜미디어에서 설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이스라엘은 유대민족만을 위한 국가"라고 밝혀 논란을 빚었다.
또 지난 25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날아온 로켓으로 이스라엘인 7명이 다친 뒤 이스라엘 남부에 빠르게 추가 병력을 배치하고 팔레스타인에 대한 강경 대응을 다짐했다.
미국 정부도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지원사격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5일 백악관에서 네타냐후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뒤 시리아 골란고원에 대한 이스라엘의 주권을 인정한다고 선언했다.
골란고원은 1967년 6월 이스라엘과 아랍 사이에서 벌어진 제3차 중동전쟁(이른바 '6일 전쟁') 이후 이스라엘이 점령한 땅이고 유엔은 이를 불법 점령으로 규정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골란고원 선언'이 나온 뒤 아랍권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반발했지만, 네타냐후의 총선 행보에는 큰 힘이 된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21일 네타냐후 총리와 함께 유대교 성지인 예루살렘의 '통곡의 벽'을 방문했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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