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어' 낚은 신예 비예레가르트 "잃을 게 없으니 떨지 않았다"

'대어' 낚은 신예 비예레가르트 "잃을 게 없으니 떨지 않았다"
매치 플레이 8강전에서 타이거 우즈 제압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북유럽 지역 미니투어와 유럽프로프골프 2부투어를 거쳐 유럽프로골프투어에 데뷔한 지 6년 동안 고작 2승. 세계랭킹은 52위.
세계 골프 랭킹 64위 이내 선수만 모여 치르는 특급 대회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델 테크놀로지 매치 플레이 8강전에서 타이거 우즈(미국)를 꺾은 루카스 비예레가르트(덴마크)의 이력서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89승에 메이저대회 14승,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3회 우승에 빛나는 우즈와 비교조차 힘들다.
그러나 비예레가르트는 놀라운 집중력과 근성으로 대어를 낚았다.
세계랭킹 52위의 비예레가르트가 조별리그를 통과해 16강에 오른 것부터가 이변이었다.
그는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세계랭킹 5위 저스틴 토머스(미국)를 3홀차로 격파해 이변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전 세계랭킹 1위 두명을 꺾은 셈이다.
비예레가르트는 조별리그 두번째 경기에서 키건 브래들리(미국)와 비긴 데 이어 세번째 경기에서 세계랭킹 35위 맷 월리스(잉글랜드)를 1홀차로 따돌려 16강에 진출했다.
16강전에서 그는 디오픈 챔피언인 헨리크 스텐손(스웨덴)에 무려 3홀차 완승을 거뒀다.
8강전에서 비예레가르트는 초반부터 우즈의 거센 공세에 일방적으로 밀렸다.
매킬로이를 격파하고 올라온 우즈는 마치 어린아이 손목 비틀 듯 비예레가르트를 몰아부쳤다.
그러나 툭하면 퍼트 부진에 빠지곤 하는 우즈는 8강전에서 또 퍼트 난조가 되살아났다.
6번홀(파5)에서 2ｍ 버디 퍼트를 넣지 못한 게 뼈아팠다. 3홀차로 달아날 기회를 놓친 우즈는 7번홀(파3)에서 3퍼트로 1홀차까지 쫓겼다.
우즈가 그린에서 허덕인 반면 비예레가르트는 결정적인 퍼트를 성공시키는 집중력이 돋보였다.
압권은 16번홀(파5) 10ｍ 이글 퍼트.
12ｍ 거리에서 친 우즈의 이글 퍼트는 홀을 살짝 비켜갔지만 비예레가르트의 이글 퍼트는 정확하게 홀 가운데로 떨어졌다.
17번홀(파3)에서도 비예레가르트의 퍼트는 빛났다. 우즈의 티샷이 홀 1.5ｍ 옆에 떨어진 것을 보고도 7ｍ 거리 버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우즈는 16, 17번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고도 오히려 1홀을 내주는 기 막힌 상황이었다.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우즈는 두번째샷을 벙커에 집어넣었고 1.2ｍ 파퍼트를 놓치는 어이없는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두번째샷을 그린에 올려놓은 뒤를 파를 적어내고 연장전을 바라보던 비예레가르트는 '황제'의 실수로 승리를 손에 넣자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그는 "우리 둘 다 너무 좋은 샷을 했기에 그의 보기로 내가 이긴 결말은 좀 아쉽다"면서 "코스가 어려웠는데 우리 둘 다 많은 버디를 잡아냈다. 어쨌듯 이겨서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또 "16강전 스텐손과 대결이나 우즈와 8강전이나 하나도 떨리지 않았다. 나야 잃을 게 없지 않나"고 덧붙였다.
비예레가르트는 이 대회 사상 두번째로 첫 출전-우승이라는 진기록에 도전한다.
이 대회에서 첫 출전해서 우승까지 이룬 선수는 2006년 제프 오길비(호주) 한명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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