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나라도 유럽 개인정보보호법 채택해야"…'정부 개입안돼' 입장서 선회
WP 칼럼서 "유해콘텐츠·선거·프라이버시·데이터이동에 새 규제 필요"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마크 저커버그는 30일(현지시간) 각국 정부가 인터넷 규제에서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정부의 '온라인 개입'에 반대해온 페이스북이 러시아의 2016년 미국 대선 개입과 최근 뉴질랜드에서 벌어진 이슬람사원(모스크) 총격 테러 사건을 계기로 여론의 뭇매를 맞으면서 입장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저커버그는 이날 워싱턴포스트(WP)에 '인터넷은 새로운 규칙을 필요로 한다'는 제목의 기명 칼럼에서 "난 정부와 규제 당국의 더욱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인터넷 규칙을 업데이트함으로써 우리는 인터넷과 관련해 가장 좋은 것을 보호할 수 있다"며 "그것은 바로 사람들이 스스로를 표현하고 기업가들이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는 자유"라고 강조했다. 이어 "동시에 광범위한 피해로부터 우리 사회를 보호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저커버그는 또 유럽연합(EU)의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을 거론하면서 다른 나라도 이런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GDPR는 기업이 사용자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수집하거나 이용하면 '과징금 폭탄'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한 초강력 개인정보 보호 규정이다.
그는 "더 많은 나라가 GDPR와 같은 규제를 공동의 체계로 채택한다면 인터넷을 위해 좋은 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저커버그의 주장은 페이스북을 비롯한 '인터넷 공룡'들이 오랫동안 정부의 개입을 반대해온 것에서 달라진 태도라고 AFP 통신은 지적했다.
저커버그는 지난 2011년 5월 프랑스 도빌 주요 8개국(G8) 정상회담에 앞서 열린 'e-G8' 포럼에서 "인터넷에서 당신이 좋아하는 것만 분리해낼 수도 없고, 당신이 싫어하는 것들을 통제할 수도 없다"며 외부 규제에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낸 바 있다.
그러나 러시아 측이 페이스북을 이용해 허위 정보를 퍼뜨리는 등의 수법으로 미 대선에 개입한 의혹이 드러나고, 지난 15일 뉴질랜드 총격 테러범이 페이스북으로 범행을 생중계하면서 '페이스북이 방조한 것 아니냐'는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이날 칼럼에서 저커버그는 새로운 인터넷 규제가 필요한 4대 분야로 ▲ 유해 콘텐츠 ▲ 선거 보호 ▲ 프라이버시 ▲ 데이터 이동성 등을 지목했다.
저커버그는 "제3자 기구가 유해 콘텐츠의 배부를 통제하는 기준을 만들고 기업들의 위반 여부를 평가하게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선거와 관련해서는 현행 법규가 "개입 시도로 볼 수 있는 분열적인 정치 이슈"를 다루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러한 위협의 현실을 반영하는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앞으로 개인, 기업, 정부의 명확한 책임을 정의할 법규로 업데이트해야 할 때"라고 거듭 강조했다.
저커버그뿐만 아니라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도 이날 뉴질랜드 헤럴드에 편지를 보내 온라인 생중계(live-streaming)에 대한 규제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약속했다.
샌드버그는 "우리 페이스북의 모든 종사자는 (뉴질랜드 테러) 희생자와 가족, 무슬림 공동체, 뉴질랜드 전체와 함께할 것"이라면서 "페이스북과 같은 온라인 플랫폼이 어떻게 끔찍한 총격 영상을 퍼뜨리는 데 사용됐는지를 질문하는 분들이 많다. 우리는 피드백을 받고 있으며 더 많이 청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선 생중계를 할 수 있는 사람에 대한 규제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며 '페이스북 라이브' 이용 규정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firstcir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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