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의 자산 매각·차입 상환계획 요구에 '고심'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박삼구 회장의 경영권 포기 카드로 경영 위기 돌파를 시도하는 아시아나항공[020560]이 유동성 위기 극복을 위한 자구안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재무·경영 담당 임직원들은 주말에도 출근해 산업은행 등 채권단을 만족시킬만한 자구계획을 짜내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31일 "이번 주 만료되는 '재무구조 개선 양해각서'(MOU) 연장을 위해 관련 부서 임직원이 주말에도 본사에 모여 머리를 맞대고 있다"며 "채권단을 설득할 만한 자구안을 마련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4월 6일 유동성 위기 극복을 위해 산은 등 채권은행단과 MOU를 맺은 바 있다.
MOU 주요 내용은 비핵심자산 매각과 전환사채·영구채 발행 등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 CJ대한통운[000120] 지분 매각(940억원), 전환사채 발행(1천억원), 그룹 광화문 사옥 매각(4천180억원) 등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했고, 아시아나IDT·에어부산[298690] 상장, 항공기 선급금 담보금융을 통한 차입 등도 진행했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여전히 작년 말 기준 아시아나의 총 차입금은 3조4천400억원 수준이다. 이 가운데 1년 안에 갚아야 할 단기차입금만 1조3천200억원에 달한다.
차입금 구성은 금융리스 부채가 41%, 자산담보부증권(ABS)이 36%이며 금융기관 차입금이 14%가량이다.
항공업 호조로 영업이익을 내며 유동성 위기를 막아오던 아시아나지만, 이달 22일 감사의견 '한정'을 받은 감사보고서를 내놓으며 시장의 신뢰를 급격히 상실했다.
감사보고서 문제로 아시아나는 모회사인 금호산업까지 함께 주식거래가 이틀간 정지되고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는 등 시장을 혼란에 빠뜨렸다.
이에 박삼구 회장이 지난 28일 전격적으로 그룹 내 모든 직책을 내려놓고 경영에서 사퇴하는 '강수'를 뒀지만, 회사가 처한 상황이 근본적으로 변한 것은 아니다.
아시아나는 당장 이번 주 채권단과 지난해 1년 기한으로 맺은 MOU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일단 채권단이 MOU 연장 방침을 밝혀 급한 불은 껐지만, MOU에 담길 내용을 두고는 고민이다.
채권단은 그룹 차원에서 우량자산 매각과 시장차입 상환계획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우량자산 매각 대상으로는 금호리조트, 에어서울, 에어부산, 아시아나개발, 아시아나에어포트, 아시아나IDT[267850] 등의 지분과 골프장, 아시아나타운 등 부동산이 거론된다.
그룹 경영을 책임진 박 회장이 일정 부분 사재를 출연하는 것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가 스스로 자구계획을 마련하는 형식이지만, 사실상 채권단이 큰 그림뿐 아니라 구체적인 계획까지 모두 그리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채권단이 MOU 연장을 거부하면 아시아나는 자율협약·워크아웃 등 공동관리 체제에 처하는 상황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채권단 입장에서도 아시아나가 공동관리 체제로 들어가는 것은 부담스럽다. 국내 2위 항공사의 지위에 따른 수송 차질과 혼란, 영업 타격, 산은을 비롯한 채권금융기관의 차입 계획 차질 등 부담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아시아나 관계자는 "채권단과 물밑 접촉을 통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만한 수준의 자구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채권단과 자구안이 합의되면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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