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포로셴코-'돌풍' 신인 젤렌스키…이달 21일 '결선 투표'
포로셴코, '집권 프리미엄'…젤렌스키, 현 정부 무능·부패 반감 기대
(키예프[우크라이나]=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치러진 우크라이나 대선 1차 투표에선 50% 이상 득표자가 나오지 않은 것으로 1일 잠정 개표와 출구조사 결과 나타났다.
이에 따라 1·2위 득표자인 코미디언 출신의 정치 신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41)와 페트로 포로셴코 현 대통령(53)이 이달 21일 2차 결선투표를 치를 것이 확실시된다.
현재로선 현직 대통령의 '집권 프리미엄'을 지닌 포로셴코와 선거 전 각종 여론조사는 물론 1차 투표에서도 독보적 1위를 차지한 것이 사실상 확실한 젤렌스키 가운데 누가 최종 승리를 거머쥘지 예측하기는 어렵다.
포로셴코는 이스라엘에 망명 중인 반정부 성향의 우크라이나 금융재벌 이고르 콜로모이스키가 젤렌스키와 또 다른 대선 후보 율리야 티모셴코 등을 지원하며 자신의 재선을 막으려 시도한다고 비난해 왔다.
많은 전문가는 젤렌스키를 콜로모이스키가 내세운 후보라고 보고 있다.
[로이터 제공]
실제로 젤렌스키는 콜로모이스키가 소유한 우크라이나 방송 채널 '1+1'을 통해 지난해 12월 31일 대선 출마를 선언했었다.
1+1은 포로셴코 대통령의 신년사보다 젤렌스키의 대선 출마 선언을 담은 신년사 형식의 영상을 먼저 방영했다.
콜로모이스키가 젤렌스키를 미는 것이 사실이라면 이번 대선은 역시 갑부 기업가 출신의 포로셴코와 그에 맞서는 다른 기업인 콜로모이스키의 대결 구도 성격도 띠게 됐다.
포로셴코는 제과회사 '로셴'의 성공을 발판으로 사업 영역을 자동차 생산, 조선, 미디어 등으로 넓혀 억만장자 대열에 오른 인물이다. 로셴이 동유럽 최대 제과회사로 성장하면서 '초콜릿 왕'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5년 전 대통령이 된 뒤에도 자산을 거의 처분하지 않은 그는 현지 시사주간지 '노보예 브레먀'가 최근 발표한 '2018년 우크라이나 100대 갑부' 목록에서 11억 달러(약 1조2천500억원)의 개인 자산으로 6위에 올랐다.
지난 2014년 친러시아 성향의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을 몰아낸 대규모 반정부 시위 후 같은 해 5월 대선에서 당선된 그는 러시아에 병합된 크림반도와 친러시아 반군이 장악한 동부 '돈바스' 지역(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을 곧바로 되찾겠다고 공언했다.
동시에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EU)·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 등 유럽화를 추진하는 한편 사회 각 분야의 만성적 부패를 척결하고 국민의 생활 수준을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 사회 각 분야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부패는 여전하고 우크라이나는 유럽의 가장 가난한 국가 가운데 하나로 남아있다.
크림 반환 전망은 보이지 않고 벌써 1만3천명의 목숨을 앗아간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의 정부군과 반군 간 교전은 언제 멈출지 불투명하다.
우크라이나의 EU·나토 가입도 기준 미달로 여전히 요원한 상태다.
정치 경험이라곤 자신이 주인공을 맡은 TV 드라마에서 대통령 역할을 한 것밖에 없는 젤렌스키가 이번 대선의 '다크호스'로 부상한 것도 집권 세력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작용한 탓이 크다는 분석이다.
우크라이나 중부 도시 크리비 리흐에서 태어난 젤렌스키는 학교시절부터 연극 활동을 하는 등 예능에 재능을 보이다 러시아의 개그 경연 프로그램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인기 코미디언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배우, 프로듀서, 영화감독, 시나리오 작가 등으로 활동 영역을 넓히며 자신이 이끌던 개그팀 '95번 구역'을 잘 나가는 연예기획사로 키워냈다.
그에게 우크라이나의 '국민배우' 명성을 안겨준 것도 '95번 구역'이 만들어 폭발적 인기를 끈 TV 드라마 '국민의 종'이다.
2015년부터 방영되기 시작해 2차례의 시즌을 마치고 이번 주 세 번째 시즌이 시작된 '국민의 종'은 부패한 정권을 비판하던 고등학교 역사 선생이 제자가 인터넷에 올린 동영상이 히트한 덕에 대통령이 된다는 스토리를 담고 있다.
이 드라마에서 주인공인 대통령 역을 맡았던 젤렌스키가 실제로 국가 지도자가 될 가능성이 커졌지만, 그의 정치 무경험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우크라이나가 동부 돈바스 지역의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과 5년 동안 전쟁을 치르고 있는 엄중한 상황에서 정치 경험이 전무한 그가 군최고사령관과 국가안보회의 수장을 맡을 수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정치 조직도 없고 집권 능력을 갖춘 측근들도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그가 재벌 콜로모이스키의 꼭두각시가 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젤렌스키는 포로셴코와 마찬가지로 원칙적으로 우크라이나의 EU·나토 가입을 지지하는 친서방주의자다.
이 때문에 두 후보 중 누가 최종 당선자가 되더라도 우크라이나의 대외정책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포로셴코가 러시아에 좀 더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는 반면 젤렌스키는 러시아와 적극적인 협상을 벌이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포로셴코는 지난달 31일 1차 투표 출구조사 결과가 알려진 뒤 주로 젤렌스키를 지지한 30세 이하 젊은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우리는 단합해야 하며 시간을 허비해선 안 된다. 당신들의 불만 이유를 충분히 이해한다. 내가 당신들의 얘기를 들었으니 이제 내 얘기를 들어달라"고 부탁했다.
젤렌스키는 1차 투표 성공의 여세를 몰아 결선 투표를 통해 최종 승리를 거머쥐겠다는 야심을 보이고 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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