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 방문 뒤 전용기서 기자회견…EU 포퓰리즘-獨 나치즘 비교하며 경계촉구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 이슬람 국가인 북아프리카 모로코 방문을 마친 프란치스코 교황은 31일(현지시간) 귀국행 전용기에서 불법 이민을 막기 위해 미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가 추진 중인 국경 장벽 건설 움직임을 재차 비판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로이터, dpa통신 등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기내에서 국경 장벽에 대한 기자들의 질의에 "철조망으로든, 벽돌로든 장벽을 짓는 이들은 그들이 세우는 장벽의 포로(prisoners)가 될 것이다. 그것이 역사"라고 말했다.
교황은 모로코의 지중해 해안에 있는 스페인령 세우타와 멜리야의 국경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추진 중인 멕시코와의 국경 장벽 등 이민자를 막기 위한 국경장벽에 대한 일반론적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나는 이(이민자) 문제가 정부에는 뜨거운 감자라는 점을 이해하지만, 이는 철조망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인도적으로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불법 이민자 문제가 유럽연합(EU) 각국에서 반(反)이민 정서를 내세운 극우 포퓰리즘 정권의 득세로 이어지는 데 대해서는 이들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의 심정을 이해하면서도 그들은 선동가들에게 속은 피해자들이라고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물론 가톨릭뿐 아니라 선량한 많은 이들이 포퓰리즘이 늘 퍼뜨리곤 하는 공포에 어느 정도 사로잡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포심은 독재 정권의 출발점"이라며 "약속과 공포심을 내세워 히틀러가 득세했다. 우리는 그 결과를 안다. 역사로부터 배우자"고 말해 EU에 번지고 있는 극우 포퓰리즘을 경계했다.
교황은 앞서 지난 30일 모로코의 수도 라바트에서도 "이민자 문제는 나은 삶을 열망하는 사람들에게 장벽을 높이고 두려움을 조성하거나 도움을 거절하는 것으로 결코 해결되지 않는다"며 모로코 정부에 이들에 대한 보호 노력을 당부하기도 했다.
방문 기간 모로코의 가톨릭 지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가톨릭과 이슬람의 공존을 촉구하기도 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슬람 국가에서의 종교적 자유에 대한 질의에서는 이슬람 국가에서 종교적 자유가 커지는 추세라는 희망적인 전망을 제시하기도 했다.
한편 교황은 수년간 계속된 예멘 내전과 관련, 무기를 공급하고 있는 유럽 각국 정부들에 대해서는 강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주민 문제 해결에 있어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사람들이 전쟁이나 기아로 인해 피란할 필요가 없도록 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유럽이 예멘에 어린이를 죽이는 데 쓰이는 무기를 판다면 어떻게 일관될 수 있겠나"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유럽이 "무력이 아닌 관용을 통해 이민을 멈춰야 한다"며 EU가 빈국에 대한 교육·경제 부문 투자를 강화할 것을 촉구했다.
mong0716@yna.co.kr
[로이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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