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일대 연구팀, 첫 논문 발표 1년만에 개가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암흑물질은 빛과 상호작용하지 않아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별을 비롯한 다른 물질에 미치는 중력작용을 통해 간접적으로 그 존재가 알려져 있다. 우주 총 질량-에너지(total mass-energy)의 4분의 1가량을 차지하고, 우주 물질의 85%를 구성하고 있어 사실상 없는 곳이 없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예일대 천문학과 피터 도쿰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이 지난해 3월 약 6천만 광년 떨어진 'NGC 1052-DF2' 은하에 암흑물질이 거의 없는 것으로 관측됐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면서 학계는 뜨거운 논란에 휩싸였다.
그로부터 1년. 도쿰 교수 연구팀은 기존 연구결과를 정교하게 뒷받침하고, 암흑물질이 거의 없는 제2의 은하를 새로 발견한 두 건의 논문을 발표해 암흑물질을 둘러싼 논란이 정리될지 주목된다.
하와이의 W.M.켁 천문대에 따르면 도쿰 교수 연구팀은 DF2 은하를 켁Ⅱ 망원경의 첨단 분광기인 코스믹 웹 이미저(KCWI)로 관측한 결과, 은하 내 오래된 별이 모여있는 10개의 구상성단이 일반 물질의 질량과 일치하는 속도로 움직이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예상치보다 3배나 느리게 움직이는 것으로 암흑물질을 사실상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DF2 은하에 암흑물질이 존재한다면 구상성단이 더 빨리 움직여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KCWI는 은하 전체를 한꺼번에 관측하면서 고해상도의 스펙트럼 분해능을 이용해 질량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으며, 이런 두 가지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장비는 KCWI가 유일하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팀은 또 DF2처럼 암흑물질이 거의 없는 'NGC 1052-DF4' 은하도 발견했다.
DF2와 마찬가지로 DF4도 이른바 '초분산 은하(UDG)'에 속한다. UDG는 우리 은하처럼 거대하지만 별은 100분의 1~1천분의 1 수준에 불과해 관측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DF2와 DF4는 은하 팔이 없는 거대한 타원 은하인 NGC 1052가 장악한 은하군의 일부로 크기나 밝기, 거리, 형태가 유사한 것으로 관측됐다.
연구팀은 암흑물질이 거의 없는 제2의 은하를 발견했다는 것은 이런 은하가 특이한 사례가 아니고 앞으로 더 발견할 수 있는 확률이 지금까지 생각해온 것보다 더 높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면서, 이를 계기로 더 많은 관측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두 논문을 국제학술지 '천체물리학 저널 회보(Astrophysical Journal Letters)' 20일과 28일자에 각각 게재했다.
학계에서는 두 개의 사례로 암흑물질에 관해 결론을 내리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입장이지만 암흑물질이 사실상 없는 은하를 발견한 이번 관측 결과가 오히려 암흑물질이 일반 물질과는 별도로 우주에 존재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확실한 증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도쿰 교수는 "논문 발표 뒤 스트레스를 받을 때가 있었다"면서 "논문에 대한 비평이 대부분 건설적이고 정중했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으며, 새로운 비평이 제기될 때마다 우리가 놓친 것은 없는지 허둥대며 파악해야 했다"고 회고했다.
DF2를 처음 발견하고 논문 제1 저자로 참여한 대학원생 샤니 다니엘리는 보도자료를 통해 "누구도 그런 은하가 존재하는지 몰랐으며, 천문학도로서 별이든 은하든 아무도 모르고 생각조차 못 한 것을 발견한 것은 최고의 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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