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매일 수상한 사람들이 오가고 화투 치는 소리가 들려요."
빌라 3채를 빌려 '비밀통로'까지 만들어 도박장을 운영하거나, 도박에 참여한 여성 10여명이 무더기 검거됐다.
지난 2월 국민신문고에 '주택가 빌라에서 도박장이 운영되고 있다'는 주민들의 제보가 잇따라 올라왔다.
빌라에서 도박이 상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경찰 112 신고도 지난해 10월부터 모두 7차례나 접수됐다.
경찰은 신고를 받고 현장 단속에 나섰지만, 허탕 치기 일쑤였다.
[광주지방경찰청 제공]
그 이유는 빌라 도박장이 '비밀통로'로 도주로가 사방팔방으로 뚫려 있고, 바깥에는 감시 CCTV가 빼곡히 설치된 요새와 같았기 때문이었다.
경찰은 약 두 달여 간 도박장 개장이 의심되는 빌라 주변 잠복 수사에 돌입했다.
과연 해당 빌라는 수상했다.
40~60대 여성들 다수가 빌라 옆 계단을 타고 수시로 드나들었고, 다른 통로로 피곤에 찌든 모습의 여성이 나오곤 했다.
빌라를 오가는 사람들은 주민들이 섬뜩함을 느낄 만큼 날카로운 눈매로 빌라 주변 수상한 사람들을 감시하곤 했다.
바깥에서 보기는 빌라는 창문이 모두 가려져 있었고, 내부에서 새어 나오는 '짝짝'하는 화투장 맞부딪히는 소리가 골목을 메아리쳤다.
장기간 잠복 수사로 2층 1곳, 3층 2곳의 빌라 모두 3채가 비밀통로로 연결된 요새와 같은 곳이라는 것을 밝혀낸 경찰은 지난달 27일 강력팀 2개 팀을 투입해 현장을 급습했다.
도주로를 모두 차단하고 창문을 뜯고 진입했다.
단속을 뒤늦게 눈치챈 도박 개장자와 도박 참여자들은 혼비백산 비밀통로를 기어 다니며 구석으로 내몰리다 모두 검거됐다.
도박장 개장자는 이모(58·여)씨로 밝혀졌다.
이씨는 지난해 7월 광주 북구 운암동에 위치한 이 빌라 3채를 잇달아 매입했다.
2층 202호와 3층에 있는 302호는 계단을 만들어 연결하고, 3층에 나란히 있는 301호와 302호는 사람이 기어가야 통과할 수 있는 뚫어 모두 하나로 연결되게 비밀통로를 만들었다.
도박자금을 빌려주는 '꽁지' 역할을 한 피의자는 도박장 내부에는 카드단말기까지 놔두고 도박자금을 속칭 '카드깡'으로 6% 고리를 떼고 빌려줬다.
도박 참여자들은 40~60대 다양한 연령대의 대부분 주부였다.
이들은 4명이 한팀을 이뤄 100만원씩 도박자금으로 '고스톱' 도박을 해 한 사람이 약 200만원을 잃을 때까지 도박했다.
보통 5시간씩 하는 한 게임당 도박 참여비용으로 이씨에게 약 42만원을 내거나, 딴 돈의 10%를 수수료로 줬다.
이렇게 지난해 8월부터 최근까지 오간 도박자금은 수십억대로 추정된다.
광주 북부경찰서는 도박장 개장 혐의로 이씨를 구속하고, 도박 참여자 등 1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일 밝혔다.
pch8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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