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 정책 비판…6일 마로니에공원 촛불집회 참여 독려하기도
경찰청 전담부서 지정·내사 착수…"처벌 여부 법리 검토할 것"
(전국종합=연합뉴스) 전국 대학가에 '김정은 서신'을 표방한 정부 비판 대자보가 나붙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찰청은 전국적으로 대자보 관련 112신고가 잇따르자 전담 수사부서를 지정하고 내사에 착수했다.
1일 인천 계양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전 6시께 인천시 계양구 경인여자대학교 정문에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의 대자보가 붙어 있는 것을 학교 경비원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이 경비원은 경찰에서 "오전에 순찰을 돌고 있는데 정문에 이상한 대자보가 붙어 있어 확인해보니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이어서 경찰에 신고했다"고 진술했다.
가로 59㎝·세로 83.5㎝ 크기의 종이 2장으로 이뤄진 이 대자보는 각각 '남조선 학생들에게 보내는 서신'과 '남조선 체제를 전복하자'라는 제목이 적혀있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신 형태를 빌려 작성된 대자보에는 현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 탈원전, 대북 정책 등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겼다.
대자보 말미에는 '전대협'이라고 밝힌 단체가 이달 6일 서울 혜화역 마로니에공원 앞에서 촛불집회를 연다며 참여를 독려하는 내용이 쓰였다.
전대협은 1987년 결성됐다가 해체한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약칭인 '전대협'과 동일한 이름을 사용하고 있지만, 이 단체와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대자보를 회수하고 인근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보해 분석하며 대자보를 붙인 사람을 찾고 있다.
이 대자보는 전국 대학가 등지에서 발견되고 있다.
부산에서는 전날 오후 7시께 남구 부경대학교 학내 게시판과 같은 날 오후 11시 15분께 사상구 신라대학교에서 '남조선 체제를 전복하자', '남조선 학생들에게 보내는 서신'이라는 제목의 대자보 2장이 발견됐다.
대자보는 각각 '전대협'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명의로 작성된 것으로 조사됐다.
울산에서는 이날 오전 9시께 남구 울산대학교 학생회관 앞 게시판에 같은 내용의 대자보가 부착된 것을 학교 관계자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전북과 전남지역에서도 대자보 관련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 중이다.
전북 우석대학교, 군산대학교, 군장대학교에서는 이날 교내 게시판 등지에 같은 내용의 대자보가 부착된 것을 학생 등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전남에서는 전날 오전께 목포 3개 대학 인근과 순천 2곳, 광양 1곳, 영암 1곳 등 총 7개 대학 8곳에서 같은 내용의 대자보가 부착된 것을 시민 등이 발견했다.
가로 55㎝·세로 80㎝ 크기의 대자보에는 '소득주도 성장으로 자영업자, 소상공인의 이윤추구 박살 냈다' 등 현 정부 정책을 비판·풍자하는 내용이 적힌 것으로 파악됐다.
강원에서는 강원대학교와 골프대학 등 2곳에서 같은 대자보가 부착됐으며 경남에서는 창원대학교, 김해대학교, 진주교육대학교,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국제대학교 등 5곳에서 같은 내용의 대자보가 발견됐다.
경찰은 신고 초기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있는지 의심해 대자보 주변에서 지문을 감식하는 한편 CCTV 화면을 역추적해 대자보를 붙인 용의자를 추적하고 있다.
경찰청은 전국 각지 대학에 이 대자보가 붙었다는 112신고가 잇따르자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를 주 수사관서로 지정하고 내사에 착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112신고가 잇따르는 상황이라 내사에 착수한 것"이라며 "내용상 명예훼손이나 모욕죄에 해당하는지는 법리를 검토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대협은 지난달 3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김정은 최고사령관동지의 칙서가 하달됐다"며 전국 450개 대학에 이 대자보를 부착하겠다고 예고했다.
이어 각 대학에 부착한 대자보를 촬영한 사진을 SNS에 실시간으로 게재했다. 전날에는 대자보 1만장을 인쇄하고 있다며 전국 곳곳에 대자보를 부착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대자보는 서울, 부산, 대구, 인천, 경기, 강원, 충남, 전남, 경북 등 전국 각 지역 대학교 23곳 28개소와 고등학교 1곳 등 총 29개소에서 발견된 것으로 파악됐다.
(임기창 윤태현 김선경 박영서 정경재 김근주 손현주 차근호 박철홍 기자)
tomato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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