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잘못된 음주 습관 진지한 반성"…경찰 "공권력 경시 우려"
(동해=연합뉴스) 이재현 기자 = 나이트클럽에서 여자 손님과 종업원을 폭행하고, 현장 출동 경찰관의 코뼈까지 부러뜨린 40대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됐다.
법원은 잘못된 음주 습관을 고치려는 피의자의 진지한 반성과 다짐을 이유로 구속의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했으나, 경찰은 공권력 경시 풍조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사건은 지난달 28일 오후 11시 15분 동해시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발생했다.
당시 A(40)씨는 여자 손님 B(37)씨에게 춤을 추자며 손목을 잡아끌었으나 이를 거부하자 B씨의 목을 잡아 넘어뜨렸다.
이를 본 종업원 2명이 나서 A씨를 제지했으나 역시 목을 잡아 조르고 넘어뜨리는가 하면 얼굴을 때려 폭행했다.
A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 C씨가 자신의 팔을 잡고 제지하자 이번에는 이마로 C씨의 코를 들이받았다.
이 일로 경찰관 C씨는 코뼈가 부려지는 상해를 입었다.
결국 경찰은 경찰관의 112 신고 출동 직무집행을 방해하고 폭력까지 행사한 A씨를 현행범 체포한 뒤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같은 달 30일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A씨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기각 사유는 "죄질이 가볍지 않지만, 피해자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와 피해 보상의 기회를 간절히 호소하고 있다"며 "잘못된 음주 습관을 고쳐 악행을 바로 잡으려는 진지한 반성과 다짐을 보이는 만큼 현 단계에서 구속의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경찰은 "법원의 판단은 존중하지만 수십여 차례의 전과와 공무집행 방해죄만 5차례 저지른 중요 폭력 사범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없다"며 "자칫 공권력 경시 풍조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반면 즉결심판 처분을 받은 것이 화가 난다는 이유로 지구대에 찾아와 경찰관 2명에게 상해를 입힌 50대 남성은 현행범으로 체포돼 결국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이 사건은 지난달 5일 오전 9시께 춘천경찰서 서부지구대에서 벌어졌다.
당시 의료계 종사자인 D(50)씨는 과거 허위신고로 즉결심판 처분을 받은 것에 화가 나 지구대를 찾아와 침을 뱉으며 난동을 부렸다.
이에 경찰관 2명이 D씨의 난동을 제지하는 과정에서 팔과 손을 물려 다쳤고, 지구대 내 공공물건인 복사기 등이 파손됐다.
경찰은 D씨에게 공무집행 방해죄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D씨는 이튿날인 같은 달 6일 구속됐다.
1일 강원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도내에서 검거한 공무집행방해 사범은 419명이다. 경찰은 이 중 죄질이 중한 공무집행사범 36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해 80.6%인 29명이 구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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