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제조' SK케미칼 부사장 구속기소…사장 소환

입력 2019-04-01 20:36  

'가습기살균제 제조' SK케미칼 부사장 구속기소…사장 소환
SK 총수일가 사건 담당했던 검사 출신…SK로 옮겨 '윤리경영' 담당
검찰, 애경산업 전 대표 구속영장 재청구 검토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인체에 유해한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하고 원료를 공급한 혐의를 받는 SK케미칼(현 SK디스커버리) 현직 부사장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권순정 부장검사)는 1일 박철(53) SK케미칼 부사장을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박 부사장은 가습기 살균제 관련 유해성 연구 자료를 보관하고 있으면서 은폐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문제가 된 자료는 SK케미칼의 전신인 유공이 국내 최초로 가습기 살균제를 개발한 당시인 1994년 10∼12월 진행한 유해성 실험 결과다.
SK케미칼은 그간 서울대 수의대 이영순 교수팀에 의뢰한 흡입독성 실험에서 안전성이 확인돼 제품을 출시했다고 밝혀왔으나, 언론·국회 등이 자료를 요구하자 "자료가 남아 있지 않다"며 숨긴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당시 검사 방법과 결과 역시 '가습기 메이트'가 인체에 무해하다는 것을 입증하기에는 부족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해성 보고서는 1995년 나왔지만, 유공은 이미 1994년 11월 이미 가습기 살균제를 출시해 팔았다.



박 부사장은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장을 끝으로 퇴직해 2012년 SK그룹으로 옮긴 검찰 출신이다. SK그룹 오너 일가인 최철원 전 M&M 대표가 일으킨 '맷값 폭행' 사건 피해자를 업무방해·일반교통방해 혐의로 불구속기소 하고서 몇 달 후 SK그룹으로 옮겨 당시에도 논란이 있었다.
2010년 있었던 '맷값 폭행'은 한 화물차 운전기사가 고용 승계를 요구하며 SK 본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자 최 전 대표가 그를 자신의 사무실로 불러 야구방망이 등으로 마구 때린 뒤 맷값이라며 2천만원을 쥐여준 사건이다. SK그룹이 윤리경영을 강화하겠다며 영입한 박 부사장이 '윤리경영부문장'을 맡아 증거인멸을 진두지휘한 혐의로 기소된 셈이다.
이에 앞서 검찰은 지난달 25일 김철(59) SK케미칼 사장을 불러 조사하는 등 윗선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케미칼의 대표이사급 임원이 소환된 것은 김 사장이 처음이다.
검찰은 지난 2월 13일 가습기 메이트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만들어 원청업체인 SK케미칼에 넘긴 필러물산 김모 전 대표를 과실치사상 혐의로 구속기소 하고 이모 전 공장장을 불구속기소 했다.
이어 지난달 15일에는 SK케미칼로부터 가습기 살균제를 넘겨받아 판매한 애경산업의 고광현(62) 전 대표와 양모 전 전무를 기소했다. 이들은 가습기 살균제 제조와 관련한 증거를 인멸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애경 측이 가습기 살균제의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지했으면서도 판매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30일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된 안용찬(60) 애경산업 전 대표 등에 대해선 구속영장 재청구를 검토하고 있다.
애경산업은 안 전 대표 재임 기간인 2002년부터 2011년까지 SK케미컬이 제조한 '가습기 메이트'에 애경 상표를 달아 판매했다.
cho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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