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농구 대들보 박지수 "배구 선수 될 뻔했는데…"

입력 2019-04-02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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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농구 대들보 박지수 "배구 선수 될 뻔했는데…"
농구 선수 출신 아빠에 엄마·오빠는 배구 선수 '스포츠 가족'
"농구 인기 되살리는데 앞장서는 세대 될래요"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여자프로농구 2018-2019시즌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를 휩쓴 박지수(21)가 사실은 배구 선수가 될 뻔한 사연을 털어놨다.
이번 시즌 청주 KB를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 통합 우승으로 이끈 박지수는 1일 서울 영등포구 KB국민은행 본점에서 가진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저는 농구보다 배구를 먼저 시작했다"고 밝혔다.
잘 알려진 대로 박지수는 농구 국가대표 센터 출신인 박상관 전 명지대 감독과 배구로 청소년 대표를 지낸 이수경 씨의 1남 1녀 중 둘째다.
오빠 박준혁(22)은 농구 선수를 하다가 고등학교 3학년 때 배구로 전향해 지금 현대캐피탈 소속 선수로 활약 중이다. 현대캐피탈도 2018-2019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 남매가 나란히 정상에 오른 한 해가 됐다.
박지수는 "초등학교 2학년 때 엄마가 주위 배구 선배들의 권유로 저를 배구를 시키려고 하셨다"며 "어린 나이에 합숙해야 하는 게 너무 싫어서 엄마에게 '절대 배구 안 한다'고 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처음에 합숙을 시작하는지도 모른 채로 체육관에 갔었다는 박지수는 "어쩐지 엄마가 곰돌이 인형을 가져가도 괜찮다고 하더라니…"라며 지금 생각해도 심기가 불편해지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런데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오빠가 농구를 시작했고 박지수는 "오빠를 보면서 농구는 오히려 제가 먼저 하겠다고 손을 들었다"고 농구와 처음 인연을 맺었던 때를 소개했다.
지금은 가족 4명 가운데 2명이 농구, 2명이 배구인 박지수는 "그래서 주위에서 '배구를 했으면 더 좋았을 것 아니냐'는 말도 많이 듣는다"고 밝혔다.
최근 여자배구 인기가 부럽지 않으냐는 뉘앙스가 담긴 질문이라는 것이다. 박지수는 "프로 처음 들어와서 신인 때는 솔직히 여자배구 인기가 부럽기도 했다"며 "그런데 지금은 그런 후회는 없고 다만 여자농구의 인기를 끌어올리는데 저나 (박)지현이 세대가 힘이 돼야 한다는 부담은 있다"고 의젓하게 말했다.
지난해 미국여자프로농구(WNBA)에 진출, 한 시즌을 보낸 박지수는 소속팀 KB에 창단 후 첫 통합 우승을 선사하는 등 지금은 한국 여자농구를 이끌고 갈 재목으로 성장했다.


특히 지난해 챔피언결정전에서 아산 우리은행에 3전 전패를 당한 뒤 우는 모습이 화제가 됐던 그는 1년이 지난 올해는 활짝 웃는 모습으로 이번 시즌을 '해피 엔딩'으로 만들었다.
박지수는 "작년엔 챔피언결정전에서 3연패를 당할 상황이 아닌데 우리가 플레이오프까지 치르고 올라가는 바람에 힘도 제대로 못 써보고 졌다"며 "올해는 그래서 챔피언결정전에 우리은행이 올라오기를 바랐을 정도"라고 말했다.
준우승했을 때는 분해서 나왔던 눈물이 올해 챔피언결정전 우승하고서는 나오지 않았다고도 했다.
그는 "주위에서 '왜 안 우냐'고도 많이 하시는데 그냥 눈물이 안 나오고 기쁘고 즐거웠다"며 "고등학교 때는 우승을 정말 밥 먹듯이 했지만 프로에서 다시 우승하게 되니 '아, 이게 이렇게 기쁜 거였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우승하고도 울지 않은 박지수지만 이번 시즌 정규리그에서 경기를 마친 뒤 펑펑 운 경기가 하나 있었다고 했다.
바로 정규리그 6라운드 우리은행과 경기였다.


박지수는 "그때 우리가 12점 차까지 끌려가고, 외국인 선수 카일라 쏜튼도 퇴장을 당해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극적으로 이겼다"고 경기 내용을 설명했다.
특히 박지수는 이 경기에서 4쿼터 종료 10초 정도를 남기고 짜릿한 역전 결승 골을 터뜨려 KB의 1점 차 승리에 일등공신이 됐다.
그는 "그때 경기 끝나고 제가 우는 모습이 카메라에 안 잡혀서 많은 분이 보지는 못하셨는데 정말 오열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폭풍 눈물'을 흘렸다"며 "진짜 제 농구 인생에 오래 기억에 남을 경기"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KB는 그 6라운드 우리은행과 맞대결에서 이기면서 정규리그 1위를 사실상 굳힐 수 있었다.
올해 WNBA에 다시 가는 것에 대해서는 구단과 상의해야 한다는 박지수는 미국 무대에서 본받고 싶은 선수로 팀 동료 에이자 윌슨을 꼽았다.
지난해 WNBA 진출 이전에 캔디스 파커를 '롤 모델'로 지목했던 그는 "파커는 실제로 매치업을 해봤는데 생각보다 파워가 약하더라"며 "반면 윌슨은 작년에 신인이었지만 20득점 이상을 해주고 수비 능력도 좋아 정말 배울 점이 많은 선수"라고 평가했다.


올해 또 미국에 간다면 보완해야 할 점으로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라고 답한 그는 "수비는 그래도 자신이 있지만 공격력이 부족하고 몸싸움도 더 기술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WNBA에서 키가 198㎝로 표기된 것에 관해 묻자 그는 "줄자로 재서 정확하지 않았다"고 손사래를 치며 "국내에서 기계로 정확히 잰 키가 195㎝"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미국 선수들은 키를 더 크게 얘기하는데, 저는 반대로 좀 낮추고 싶다"며 "3㎝가 뭐라고…"라며 웃어 보였다.
이번 주말 태국에서 열리는 방탄소년단 콘서트를 엄마와 함께 직접 보러 갈 예정이라는 박지수는 가족 이야기가 나오자 다시 숙연해졌다.
그는 "부모님도 힘드신데 뒷바라지해주셔서 감사드리고, 애정 표현이 없는 막내를 잘 이해해주시고, 늘 '수고했다', '부상 없이 잘 해줘서 고맙다'고 얘기해주셔서 또 감사드린다"며 "그리고 사랑합니다"라고 부모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인터뷰 말미에 박지수가 중학교 2학년 때였던 2012년에 기자가 박지수의 가족들 전체와 인터뷰했던 이야기를 꺼냈다.
그때만 해도 오빠는 배구로 전향하기 전에 농구 선수였고, 박지수도 농구 유망주였다.
박지수는 "그때는 어린이들이 장래 희망을 '대통령'이라고 하듯이 저도 나중에 'WNBA 선수'가 꿈이었는데 이렇게 이뤄진 것을 보면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고 스스로 대견해 했다.
2012년 인터뷰를 마치고 찍은 사진에 관해 얘기하자 박지수는 어떤 사진인지 잘 알고 있다는 듯이 "그 사진이 한동안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프로필 사진으로 올라와 있었다"며 "싹 다 모아서 없애버리고 싶다"고 울상을 지어 보였다.
귀엽고 순수하게만 나온 7년 전 사진이 어디가 어떻다는 것인지 잘 이해가 되지는 않는다.
email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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