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장기집권 마감…"권력 이양 전 중요한 몇가지 조처"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거센 퇴진 요구를 받아온 북아프리카 알제리의 압델 라지즈 부테플리카(82) 대통령이 결국 임기를 연장하지 않고 권좌에서 물러난다.
알제리 대통령실은 1일(현지시간) 부테플리카 대통령이 공식적인 임기가 종료되는 이달 28일까지 사임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알제리 국영 APS통신이 전했다.
대통령실은 또 부테플리카 대통령이 권력을 이양하기 전에 국가기관들의 기능 보장을 위한 중요한 몇 가지 조처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통령실은 부테플리카 대통령이 사임하는 구체적인 날짜와 후속 조처를 밝히지 않았다.
알제리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이 사임할 경우 상원 의장이 대선이 실시될 때까지 최대 90일 동안 대통령 직무를 대행할 수 있다.
이번 발표는 부테플리카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과도정부 구성안을 발표하고 누레딘 베두이 현 총리가 과도정부를 이끌도록 한 뒤 하루 만에 나왔다.
이로써 부테플리카 대통령은 성난 민심의 요구에 20년 장기집권을 마무리하게 됐다.
부테플리카 대통령은 1999년 취임한 뒤 4차례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권좌를 지켜왔다.
그는 1956년부터 프랑스로부터 독립을 쟁취하기 위한 알제리 무장투쟁에 참여했고 1963년 26세의 나이에 외무장관에 임명된 뒤 15년간 외교수장을 지냈다.
1990년대 약 10년의 내전을 치른 알제리에서 평화정착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집권이 장기화하면서 권위주의적 통치와 부패 논란에 휘말렸다.
건강 논란도 오래 전부터 제기됐다.
부테플리카 대통령은 2013년 뇌졸중 증세를 보인 뒤 휠체어에 의지한 생활을 하면서 공식 석상에는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신뢰를 잃은 부테플리카 대통령이 지난 2월 10일 차기 대선 출마를 선언하자 국민의 분노가 폭발했다.
반정부 시위는 한 달 넘게 이어졌고 특히 알제리 공휴일인 매주 금요일에는 최대 수십만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는 대학생을 비롯한 젊은층이 주도했다.
높은 실업률로 고통받는 젊은이들은 기득권 정치 세력을 거부하면서 변화에 대한 열망이 컸다.
국민의 거센 반발에 부테플리카 대통령은 차기 대선의 불출마를 선언하고 4월 18일 예정됐던 선거를 연기한다고 밝혔다.
또 정부가 '국민회의'를 구성해 올해 말까지 대선일을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위대는 부테플리카 대통령에게 즉각적인 퇴진을 요구해왔다.
시위대는 부테플리카 대통령이 공식적인 임기가 끝나는 4월 28일 이후에도 계속 대통령직을 유지하려고 꼼수를 부린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정권의 지지세력으로 꼽혀온 군부까지 부테플리카 대통령을 압박했다.
아흐메드 가이드 살라 알제리 육군참모총장은 지난달 26일 "헌법의 틀에서 위기를 빠져나올 방안을 당장 찾아야 한다"며 의회가 대통령의 직무수행 가능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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