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전성윤 교수팀 성과…적절한 항생제 조합 치료 전망
(대전=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기계공학과 전성윤 교수 연구팀이 두 개의 항생제 간 시너지 효과를 8시간 만에 검사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3일 밝혔다.
최소 24시간 걸리던 기존 기술을 개선한 성과로, 환자에게 적절한 항생제 조합 치료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항생제 저항성을 보이는 슈퍼박테리아의 등장은 세계적으로 큰 위협으로 떠오르고 있다.
2014년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병원균 항생제에 대한 내성이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다'고 공식적으로 보고했다.
슈퍼박테리아 억제 방법으로는 두 종류 이상의 항생제를 섞어 처리하는 조합 치료가 주목받는다.
다만 항생제 종류나 적정한 농도 범위가 큰 영향을 미치다 보니 조합을 정확하게 해야 한다.
치료가 항상 효과를 보이진 않는다는 한계도 있다.
현재 항생제 조합 검사 방식을 따르자면 희석과 샘플 준비 과정이 불편하다.
결과 도출까지 24시간 이상 걸려 결국 대부분 경험적 치료에 의존하는 편이다.
연구팀은 수십 ㎕ 샘플만 필요한 미세유체 칩을 이용했다.
머리카락 굵기 수준의 좁은 미세채널에서 유체 흐름을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을 통해 두 개의 항생제 간 농도조합 121개를 단 35분 만에 자동으로 형성했다.
항생제 분자 확산이 빠르게 이뤄지는 기법을 도입해 기존보다 항생제 효능 테스트에 필요한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었다.
연구팀은 개발 칩을 활용해 서로 다른 항균 메커니즘을 지닌 다섯 종류의 항생제를 두 개씩 조합했다.
이후 그람음성 병원성 균주인 녹농균(Pseudomonas aeruginosa)을 대상으로 항생제 조합 효능 검사를 했다.
그 결과 항생제 짝에 따라 각기 다른 항균 효과가 확인됐다. 모든 항생제 짝의 시너지 관계를 분류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람음성균은 그람양성균과 달리 그람염색법(세균 분류법 중 하나)에서 탈색되는 세균이다.
이후 다른 색소를 염색하면 현미경에서 해당 색깔로 착색된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전성윤 교수는 "미세유체 칩의 약물 검사 플랫폼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며 "이 미세유체 칩이 상용화한다면 실제 현장에서 환자들의 항생제 조합 치료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는 KAIST EEWS 기후변화연구 허브 사업과 교육부 이공분야기초연구사업·BK21 플러스프로그램 지원으로 수행했다.
김승규 석박사통합과정생이 1저자로 참여하고 생명과학과 정현정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수행한 연구 논문은 영국 왕립화학회 '랩 온 어 칩'(Lab on a Chip) 3월 21일 자 뒤표지에 실렸다.
walde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