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치매 할아버지 돌보는 할머니, 주민 이야기…관객 "공감"
최정우 감독 "치매는 흉이 아닌 병, 우리 모두가 대상자"
(거창=연합뉴스) 최병길 기자 = "치매를 온몸으로 알린 것 같아요"
지난 1일 오후 경남 거창군 메가박스 거창점에서 열린 영화 '기억' 시사회장에는 유명 배우와 감독, 수많은 취재진이 몰린 여느 행사장과는 달랐다.
시사회 전 스크린 앞에 선 배우는 외딴 시골 마을에서 볼 수 있는 아주 평범한 할머니, 할아버지였다.
이들은 경남 거창군 신원면 수옥마을 주민들이다.
영화의 주인공은 실제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 송호영(82) 씨와 송 씨를 돌보는 아내 이일순(71) 씨.
이들 부부와 마을에서 함께 살아가는 주민, 친척 등이 관객들에게 인사했다.
송 씨는 건강이 좋지 않아 시사회장엔 참석하지 못했다.
영화 속에서 실제 남편을 돌본 이 씨는 시사회장에서 출연 소감을 전하지 못한 채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훔쳤다.
시사회에는 이들 부부의 가족들도 함께했다.
송 씨 부부와 마을 주민들은 지난해 8월부터 무려 8개월간 무더위와 추위 등을 극복하며 영화 촬영에 구슬땀을 흘렸다.
91석 작은 영화관 절반 이상은 영화에서 온몸으로 열연한 거창 신원면 마을 주민들이 차지했다. 이들은 VIP로 초대됐다.
영화 촬영을 지원한 거창군 공무원, 보건소, 지역 인사 등도 참석했다.
구인모 거창군수는 "거창군 65세 이상 노인 중 12%는 치매 환자이며 그 가족, 친척, 친지 등을 보면 우리 모두가 치매 가족 구성원"이라며 "이 영화는 치매가 알려지는 과정을 잘 담은 만큼 치매에 대한 예방, 치료 등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다큐멘터리와 드라마 형식이 함께 담긴 영화 기억을 만든 최정우 감독은 치매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관심을 강조했다.
최 감독은 "치매는 결코 흉이 아니라 병"이라며 "치매는 나와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될 수 있음을 있는 그대로 알려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무엇보다 치매를 온몸으로 보여준 송 씨 부부와 흔쾌히 촬영에 동의해준 가족, 주민 모두에게 각별한 감사를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영화에 출연한 수옥마을 이영근 이장은 "전문 배우가 아닌 소박한 우리 마을 주민이 함께 힘을 모아 치매에 대해 알린 것 같아 더 가슴 따뜻하다"고 말했다.
82분간 영화 시사회에 참석한 관객들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닌 것 같다"며 "치매에 대한 따뜻한 관심이 필요한 것 같다"고 공감을 표시했다.
choi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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