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더 늦기 전에 '마약과의 전쟁' 나서라

입력 2019-04-02 15:23  

[연합시론] 더 늦기 전에 '마약과의 전쟁' 나서라

(서울=연합뉴스) 재벌가에서 불미스런 사건이 또 터져 나왔다. 인천지방경찰청은 최근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체포한 SK그룹 창업주 고 최종건 회장의 손자 최 모 씨가 고농축 대마 액상을 사고 투약한 혐의를 확인, 구속영장을 신청키로 했다고 2일 밝혔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손자 정 모 씨도 동종 대마 액상을 사들인 혐의로 입건됐지만, 현재 해외 체류 중이다. '버닝썬 게이트'에서 마약에 취한 부유층의 민낯을 목격한 시민들은 재벌가의 이런 소식에 더욱 눈살을 찌푸린다.
재벌가의 마약 관련 추문은 더 있다.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이자 JYJ 박유천의 전 여자친구인 황하나 씨가 지인과 필로폰을 수차례 투약했다는 내용이 담긴 3년 전 판결문이 공개됐다. 지난 2015년 경찰은 황 씨를 이 지인과 함께 입건했지만, 황 씨는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돼 결국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고 한다. 이런 사실이 뒤늦게 공개되면서 경찰의 '봐주기 수사'라는 의혹까지 커지자 서울경찰청이 황 씨 수사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내사에 착수했다.

부유층 및 특권층과 그 자제들의 마약류 탐닉은 이제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릴 정도로 심각하다고 봐야 한다. 버닝썬 사건에서 그릇된 클럽 문화에 빠진 이들이 신종 마약에 탐닉하고 속칭 '물뽕(GHB)'을 이용해 여성을 성폭행한 정황까지 드러났다. 버닝썬 파문이 증폭되던 지난달 13일 국회에서 최성락 식품의약품안전처 차장은 "우리나라가 마약청정국 지위는 잃었다"고 밝혔다. 유엔은 인구 10만명 당 연간 마약사범이 20명 미만일 때 마약청정국으로 분류한다. 인구 5천만명인 우리나라는 이미 2016년에 1만4천여명으로 기준(1만2천명)을 넘어섰다.

마약사범이 증가추세라는 점이 더욱 심각하다. 대검 통계를 보면 마약사범은 2011년 9천174명에서 지난해 1만2천613명으로 37.5% 급증했다. 마약류 압수량도 2014년 162.2㎏에서 작년에 517.2㎏으로 크게 늘었다. 마약류 유통경로였던 우리나라가 이제는 소비국으로도 바뀌고 있다고 한다. 가격도 세계에서 상위권으로 꼽힐 정도로 비싸졌다. 반면에 마약류 사범에 대한 처벌이 역내 다른 나라에 비해 관대하고, 통관 절차도 덜 엄격한 편이라 마약 밀수꾼들이 우리나라를 활동무대로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카인, 아편, 필로폰, 대마초 등을 아우르는 마약류는 강한 환각성과 중독성을 갖는다. 투약자를 끝내 폐인으로 만들고 환각 상태에서 2차 범죄까지 유발한다. 19세기에 영국과 아편전쟁까지 치렀던 중국처럼 방치하면 국가와 사회 전체에 엄청난 해악을 끼친다. 더 늦기 전에 검·경찰, 식약처, 관세청 등이 강력한 공조체제로 근절에 나서야 한다. 마약사범에 대한 처벌 수위도 높여야 한다. 온 나라가 마약과 전쟁을 벌여야 할 시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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