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기 조선 예술품 보존·녹화사업 힘쓴 아사카와 형제 기려
(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일제 강점기 조선의 예술 보존과 산림 보호에 힘쓴 일본인 아사카와 다쿠미(淺川巧·1891∼1931)를 추모하는 사람들이 서울에 모였다.
아사카와 노리타카·다쿠미 현창회는 2일 오후 서울 중랑구 망우리공원에 있는 다쿠미의 묘역에서 '아사카와 다쿠미 88주기 추모식'을 열었다.
다쿠미의 기일인 이날 모인 현창회 회원 등 10명은 다쿠미의 묘 앞에서 차례로 절한 뒤 묵념했다.
노치환 현창회 사무총장은 이날 추모식에서 "다쿠미 선생 88주기를 기리는 마음으로 얼어붙은 한일 관계가 풀어지고 진정한 봄이 왔으면 좋겠다"고 기원했다.
동북아역사재단 기획연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다쿠미를 연구하고 있는 민덕기 청주대 역사문화학과 교수는 준비한 추도사에서 "다쿠미 당신이 살아간 삶이 한일관계에 어떤 의미를 던져 주는지 탐구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추모식을 마친 이들은 함께 손을 잡고 가요 '산 넘어 남촌에는'을 부르며 이방인으로서 조선의 자연과 예술을 아낀 다쿠미 선생을 기렸다.
경기 포천에 사는 일본인 주부 호소카와 아케미(50) 씨는 "몇년 전 다쿠미 선생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백자의 사람'을 보고 관심을 가지게 됐다"며 "한국에 시집을 온 입장에서 일본인 중 이런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이 존경스러웠다"고 말했다.
아사카와 형제는 일제강점기 조선으로 건너와 도자기 공예 연구와 보존, 식목사업에 헌신하며 조선과 조선인을 사랑했던 의인들로 평가받는다.
1913년 경성의 남산심상소학교에 미술교사로 부임한 아사카와 노리타카(淺川伯敎·1884∼1964)는 조선 도자기에 심취해 전국을 답사하며 도자기의 역사를 정리했다. 이후 수집한 도자기와 공예품 3천500여 점을 조선민족박물관에 기증했다.
동생 다쿠미는 조선총독부 임업연구소에서 일하면서 '오엽성(잣나무) 노천매장법'을 개발하는 등 황무지였던 한반도의 녹화 사업에 헌신했다. 형의 영향으로 '조선의 소반', '조선도자명고' 등 조선 도자기와 문화에 관한 책도 출간했다.
다쿠미는 41세의 나이로 숨지면서 "조선식 장례로 조선에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겨 경기 양주군 이문리에 묻혔다가 망우공원으로 옮겨졌다.
현창회는 올해 10월 일본 측 추모 모임 '아사카와 노리타카·다쿠미 형제 추모회'와 함께 다쿠미 묘역에 추모의 메시지를 담은 기념비를 세울 예정이라고 밝혔다.
juju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