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일본만화와 김상중 '그것이 알고 싶다' 이미지 넘는 일이 과제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은행은 친숙하고도 낯선 공간이지만, '조직 개혁'은 늘 대중적으로 공감을 얻기 좋은 메시지다.
3일 CJ ENM과 닐슨코리아가 발표한 3월 넷째 주(25~31일) 콘텐츠영향력평가지수(CPI·하단용어설명 참조) 집계에서 MBC TV 새 수목극 '더 뱅커'가 단번에 1위로 신규 진입했다. CPI 지수는 268.4.
'더 뱅커'는 대한은행 대기발령 1순위 지점장인 노대호가 뜻밖에 본점 감사로 승진, 감사실 요원들과 함께 조직의 부정부패를 파헤치는 내용을 그린다. 일본 만화 '감사역 노자키'를 원작으로 했다.
주인공 노대호 역 김상중을 비롯해 유동근, 채시라, 김태우, 안내상, 서이숙까지 베테랑 중견 배우들이 나선 덕분에 첫 회부터 만화 같은 내용과 연출도 안정적인 연기로 소화했다. 각자 선이 굵은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들이 서로 튀며 충돌하기보다 조화를 꾀한 것도 안정감을 보탰다.
실적에 따른 지점 폐쇄 등 다소 낯선 은행 조직 내부 이야기도 일반인 눈높이에서 쉽게, 동시에 속도감 있게 그려지면서 신선함과 몰입감을 함께 확보했다.
다만 역시 리메이크작이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은 역시 원작이다. 또 김상중이 가진 '그것이 알고 싶다' 이미지 역시 배우와 제작진이 함께 넘어야 할 과제로 보인다.
연출 면에서는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한 탓에 일본 특유의 유머 코드나 흡사 히어로 만화 같은 편집이 드라마에도 그대로 살아있어 시청자의 호불호가 갈리는 모양새다. 해당 스타일을 선호하는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흥미로운 작품으로 꼽히지만, 일부는 낯설다는 평도 내놓는다. 동시간대 경쟁작인 KBS 2TV '닥터 프리즈너'가 뚜렷한 선악 대결 구도 등 국내에서 흥행 장르극 공식을 그대로 따른 것과는 상반된다.
김상중 역시 장기간 진행한 SBS TV 탐사 보도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 속 "그런데 말입니다" 이미지를 벗기 위해 노대호 캐릭터에 색다른 톤과 제스처를 입혔다. 그러나 그 독특한 말투가 오히려 '그것이 알고 싶다'를 더 떠올리게 한다는 평도 적지 않다.
캐릭터와 조직 구조를 설명하는 데 초반을 할애한 '더 뱅커'는 감사가 된 노대호가 부행장 6촌 동생의 비리를 척결하는 에피소드를 본격적으로 보여주며 새로운 국면을 예고한 상황으로, 시청률 반등을 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현재 시청률은 3~4%대에 머문다.
한편, 인터넷 방송의 원조 격으로 최근 돌아온 MBC TV '마이 리틀 텔레비전 V2'는 4위에 신규 진입했다.
☞ 용어설명 : CPI 지수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 3사와 CJ ENM 7개 채널(tvN·Mnet·OCN·온스타일·OtvN·올리브·XtvN)에서 프라임 시간대 방송되는 드라마, 연예·오락, 음악, 인포테인먼트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인기도를 파악하는 지표다. 이 지수는 주간 단위로 프로그램 관련 직접 검색자수(국내 주요 포털 6개사), 소셜미디어 버즈량(블로그·게시판·SNS 전수조사)두 2가지 실측 데이터를 200점 기준 표준점수로 환산해 산출한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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