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몰 후 헬기 철수…산림청 타격대 물지게 지고 야간 진화
내일 동틀 무렵 인력 총동원해 진화작업…민가 전전긍긍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바람아 제발 잠잠해다오."
2일 오후 8시 부산 해운대 운봉산 산불에 대응해 꾸려진 부산소방안전본부 현장지휘소에는 몰려온 어둠처럼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약 한 시간 전쯤 일몰로 진화에 투입된 13대의 헬기가 멈춰 서면서 산불 진화가 밤새 이어지게 됐다.
바람을 타고 도깨비불처럼 휙휙 날아다니던 불꽃들은 밤이 다가오면서 급하게 확산하지는 않는 모양새다.
해운대 산불 밤샘 진화…산림 5만ha 불타·주민들 긴급대피 / 연합뉴스 (Yonhapnews)
현재 불은 기장군 고천리 입구와 실로암 공원묘지, 제석골 인근 3곳에서 바람을 따라 천천히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소방안전본부 한 관계자는 "봄바람이 저녁부터 밤사이는 잠잠한 경우가 많아 낮보다 진행은 더딘 상황"이라고 전했다.
야간 화재 진화작업 선봉대에는 산림화재에 전문성이 있는 남부지방산림청 소속 타격대 80여명과 소방대원 일부가 투입됐다.
이들 중 일부는 물지게를 지고 산을 오르며 불을 진화하게 되고, 일부는 불이 번질 우려가 있는 곳에서 낙엽 등을 치우며 방화선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후 구청직원과 의용소방대가 뒤를 따르며 잔불 정리작업을 돕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시 한 관계자는 "깜깜한 어둠 속에서 길을 더듬어 가며 진화작업을 하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면서 "바람을 방향을 잘 살펴 대원들 피해를 막으면서 화재 진화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빵과 라면으로 허기를 달래며 밤샘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소방대원들은 산불 확산 가능성이 있는 민가에 배치돼 혹시 모를 화재 확산에 대비하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밤새 주민들이 불안하지 않도록 계속 화재 관련 안내를 하고 있고,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면 제석골 주민들에게 대피 권고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장지휘소를 비롯해 반송동 일대에는 아직도 탄 냄새가 진동하는 상황이다.
이날 한때 10㎞ 떨어진 곳에서도 운봉산에서 치솟는 흰 연기 기둥이 목격돼 주민들이 불안에 떨었다.
현장지휘소 인근 상가의 한 주인은 "더 늦기 전에 불길을 잡아야 할 텐데 걱정이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부산소방안전본부는 "밤새 화재 진화를 막다가 동틀 무렵 소방대원, 군, 산림청, 인력과 가용 가능한 헬기·장비를 모두 총 동원해 내일 오전 중에 완전히 진화하는 작전을 세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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