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세상] 강원산불 엊그젠데…'화재위험 무방비' 벚꽃축제 노점

입력 2019-04-13 06:00  

[SNS 세상] 강원산불 엊그젠데…'화재위험 무방비' 벚꽃축제 노점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이세연 인턴기자 = 김모(36)씨는 지난 6일 찾은 서울의 한 유명 벚꽃축제에서 겪은 아찔한 경험이 아직도 생생하다. 인도의 절반을 점거한 노점상 중 한 곳에서 불길이 갑자기 크게 치솟는 것을 목격한 것. 김씨는 "닭꼬치를 구워 파는 노점상에서 LPG 가스통을 벚나무에 비끄러매고 버젓이 영업 중이었다"며 "다행히 불꽃이 금방 가라앉았지만 가슴 철렁했던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250ha(250만㎡)에 이르는 면적을 태우고 꺼진 강원도 산불이 난 지 일주일쯤 지났지만, , 화재위험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지난 주말부터 전국 곳곳에서 본격적으로 열린 벚꽃축제도 마찬가지. 일부 노점상들은 조리 기구 등 화기를 나무 옆에 두고 장사를 하고 있으며 제대로 소화 기구를 갖춘 곳도 거의 없다. SNS상에서는 "꽃구경도 좋지만 안전은 지키자"라며 각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벚꽃축제가 한창이던 지난 8일 여의도 주민이 모인 인터넷 카페 회원인 seon****은 "벚꽃축제 폐지하겠다는 구청장 있으면 무조건 투표하겠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매년 이맘때면 노점상이 풍기는 자욱한 연기, 냄새 등으로 몸살을 앓는다"며 "불이 번질 위험도 있지 않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실제로 지난 6일 찾은 '영등포 여의도 봄꽃 축제'에서는 이 같은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여의서로 초입부터 여의도 한강공원까지 600m에 이르는 벚꽃 거리에 노점상 수십곳이 빼곡히 들어서 있었다. 이들 대부분이 LPG 가스통, 버너, 숯불 등 화기 도구를 두고 영업 중이었다. 소화기 등 최소한의 화재 방지 장치를 갖추고 영업하는 노점상은 찾기 힘들었다.
이날 축제장을 찾은 한모(30)씨는 "가뜩이나 좁은 도로에 인파에 밀리면서 뜨겁게 달궈진 노점상 조리도구에 가방이 그을렸다. 하마터면 화상도 입을 뻔했다"며 "불을 쓰면서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없다는 게 말이 되냐"고 말했다.
최근 인천의 한 벚꽃축제를 다녀온 이모(37)씨도 "한 노점상은 잔디밭에 숯불을 여러 개 피워두고 장사하더라"면서 "설령 나무에 불이 옮겨붙기라도 하면 대형 화재로 번질 게 분명해 보였다"고 말했다.
축제가 열리는 관할 지역 지자체도 이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다. 서울 여의도 봄꽃축제를 관할하는 영등포구청 관계자는 10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노점상 영업 자체가 불법이라 단속을 벌이는데 LPG 가스통은 안전사고 위험이 커서 일단 압수하고 있다"며 "축제 개막 전날인 4일부터 9일까지 엿새간 노점상으로부터 압수한 LPG 가스통만 100개가 넘는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노점상 3곳 중 1곳은 '영업 방해 말라'며 물리적으로 저항한다"며 "이들이 휘두른 주먹에 맞은 것도 수차례"라고 하소연했다.
정작 노점상들은 '큰일이 아니다'라는 반응이다. 지난 10일 서울의 한 벚꽃축제에서 돼지 바비큐를 팔던 A씨는 "가스통을 쓰긴 하지만 불날 일은 없어서 소화기는 필요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노점상 B씨도 "불이 나도 여기 주변에 한강 물이 가득하고 119도 있는데 소화기가 왜 필요하겠냐"고 반문했다. 안전불감증이 만연한 셈.
문제는 이들을 제재할 마땅한 방안이 없다는 사실이다. '화재예방과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건물에 들어선 식당과는 달리 노점상은 소화기구나 비상경보설비 등 소방시설 설치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류상일 동의대 소방방재행정학과 교수는 "불법 노점상 존재 자체가 합법이 아니기 때문에 소방시설 설치 의무에서도 제외되는 것"이라며 "이 때문에 소방서나 지자체의 점검도 못 미친다. 특히 벚꽃축제처럼 짧은 기간 열리는 축제에 대해서는 단속이 더 힘들다"고 말했다. 류 교수는 "특히 (노점상에서 주로 쓰는) LPG 가스통의 경우, 폭발한다면 자칫 대형 화재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박청웅 세종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노점상이 빽빽하게 자리 잡기 때문에 화재가 발생한다면 큰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도 있다"며 "노점상 주인들은 경각심을 가지고 최소한의 소화 장비라도 마련해놔야 한다"고 말했다.
관련 당국이 적극적인 대처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윤명오 서울시립대 도시방재안전연구소 교수는 "노점상 등록제를 실시해 '소방기기 비치'를 최소한의 의무로 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hlamazel@yna.co.kr, sey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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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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