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오바마케어 폐지드라이브 궤도수정…"내년 선거 뒤로"

입력 2019-04-02 23:57   수정 2019-04-03 05:07

트럼프, 오바마케어 폐지드라이브 궤도수정…"내년 선거 뒤로"
포스트 특검 국면서 핵심이슈로 전면 내걸었다 공화당 우려 등에 후퇴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러시아 스캔들' 특검의 족쇄를 벗자마자 오바마케어(ACA·전 국민건강보험법) 폐지 드라이브에 나섰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궤도수정에 들어갔다.
전임자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대표적 유산인 오바마케어 폐지 문제를 대선 국면에서 전면에 내세우며 전선을 키울 듯한 기세였으나 대체입법 처리 목표 시점을 2020년 대선 이후로 미룬 것이다. 승산이 적은 전투에 올인하기 보다는 전선을 다른 쪽으로 옮기겠다는 것으로, 공화당내 부정적 기류가 제동을 거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밤 올린 트위터에서 "모든 이들이 오바마케어가 효과가 없다는 데 동의한다. 보험료와 자기부담금이 너무 높다. 진짜로 나쁜 건강보험!"이라고 오바마케어에 대한 맹비난을 이어갔다. 이어 "민주당조차 이를 바꾸길 원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공화당은 오바마케어보다 보험료와 자기부담금이 훨씬 더 낮은, 정말로 훌륭한 건강보험 구상을 개발하고 있다"며 "그것은 오바마케어보다 훨씬 저렴하고 유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표결은 공화당이 상원 장악을 유지하고 하원을 탈환한 선거 직후 실시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차기 대선과 상·하원 선거는 2020년 11월 3일 동시에 실시된다.
내년 대선에서 자신의 재임과 공화당 상·하원 동시 장악을 기정사실로 하면서 오바마케어를 대신할 공화당 대체입법의 표결 시점을 내년 대선 이후로 미룬 것이다.
오바마케어 폐지 문제를 대선전에서 핵심 어젠다로 밀어붙이겠다는 선거 전략에서 후퇴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셈이다.
1일 오전까지만 해도 "위대한 우리 국민에게 오바마케어 비용은 너무 비싸다. 거의 쓸 수가 없다"라며 "좋은 일들이 일어날 것"이라며 오바마케어 폐지 드라이브를 이어갈 듯한 흐름에서 몇 시간 만에 선회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만 트위터 글에서 "그것은 진실로 미국을 위해 효과가 있는, 훌륭한 건강보험이 될 것"이라며 "공화당은 언제나 질병 보유자들을 지원할 것"이라고 계속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화당은 훌륭한 건강보험의 정당으로 알려질 것"이라며 "미국은 그 어느 때보다 잘하고 있고, 다시 존경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오바마케어 폐지 드라이브 강행에 대한 실효성을 둘러싸고 여당인 공화당 내에서조차 우려와 회의적 시선이 적지 않게 제기돼 온 게 사실이다.
민주당이 하원의 다수를 점한 의회 구도상 현실적으로 대체입법이 의회 문턱을 넘을 가능성이 낮은 데다 아직 공화당 내부에서 대체입법도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무엇보다 충분한 준비 없이 오바마케어 폐지 이슈를 섣불리 잘못 건드렸다가는 자칫 선거 국면에서 공화당에 역풍이 불며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여권 내에서 제기돼 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2일 "트럼프 대통령이 오바마케어 대체입법 표결을 내년 선거 전에 밀어붙이지 않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은 대선 국면에서 그러한 싸움이 가져올 수 있는 위험에 대한 공화당 인사들의 경고를 귀 기울인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오바마케어 폐지 드라이브는 로버트 뮬러 특검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 결과 보고서 요약본 공개로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면죄부'를 받은 다음 날인 25일 법무부가 오바마케어가 전부 폐지돼야 한다는 의견서를 항소심 법원에 제출하면서 본격적으로 시동이 걸렸다.
법원에서는 지난해 12월 텍사스주 연방지방법원에서 오바마케어의 의무가입 조항은 위헌이라는 판단이 나온 뒤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hanks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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