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 들끓고 군부까지 나서자 '무릎'…환영인파 거리로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알제리 대통령으로 20년간 장기집권한 압델라지즈 부테플리카(82)가 2일(현지시간) 사임서를 헌법위원회에서 공식 제출했다고 국영 APS통신이 보도했다.
부테플리카 대통령은 사임서에서 "오늘부로 대통령 임기를 끝내기로 결정했다"며 "내 영혼과 양심을 걸고 내린 이 결정이 국민의 마음을 달래고, 그들이 열망하는 대로 알제리가 더 나은 미래로 향해가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테플리카 대통령은 1999년 취임한 뒤 4차례 대선에서 승리해 권좌를 지켰으나 '5선 도전'을 발표한 뒤 국민적 저항에 부딪혔다.
과거 그는 1956년부터 프랑스로부터 독립을 쟁취하기 위한 알제리 무장투쟁에 참여했고 1963년 26세의 나이에 외무장관에 임명된 뒤 15년간 외교수장을 지냈다.
부테플리카 대통령은 약 10년간 내전을 치른 알제리에서 평화정착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집권이 장기화하면서 권위주의적 통치와 부패 논란에 휘말렸다.
더구나 2013년 뇌졸중 증세를 보인 뒤 휠체어에 의지한 생활을 하면서 공식 석상에는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음에도 올해 2월 1일 차기 대선 출마를 선언해 국민의 분노를 폭발시켰다.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6주 동안 이어지자 부테플리카 대통령은 지난 1일 "공식적인 임기가 종료되는 이달 28일까지 사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시위대는 즉각 퇴진을 요구했다.
게다가 이날 아흐메드 가이드 살라 알제리 육군참모총장이 대통령을 자리에서 물러나게 할 헌법 절차에 즉각 착수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서자 부테플리카 대통령은 이로부터 몇 시간 안 돼 사임서를 제출했다.
알제리 헌법에 따라 앞으로 상원 의장인 압델카데르 벤살라가 대선준비를 위해 최대 90일 동안 알제리의 임시 지도자를 맡는다.
부테플리카 대통령의 사임 소식이 발표되자 수도 알제에서는 수많은 시민이 깃발을 들고 거리로 쏟아져나왔고 자동차들은 경적을 울려 환영을 표했다.
미국은 알제리의 미래가 이제 국민의 몫이라고 밝혔다.
로버트 팔라디노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알제리가 이러한 변화를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는 알제리 국민이 결정할 문제"라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프랑스의 장-이브 르 드리앙 외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알제리 역사상 가장 중요한 페이지를 기록했다"며 "우리는 알제리 국민이 이전과 같이 차분하고 책임감 있게 민주화를 이어갈 능력이 있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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