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산불 첫 발화지는 밭두렁' 사진 확보…실화 가능성 수사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18시간 만에 진화된 부산 해운대 운봉산 산불이 농산물 폐기물을 소각하던 중 발생했다는 목격자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3일 부산 해운대경찰서와 해운대구 등에 따르면 운봉산 화재 첫 발생지는 반송동 운봉산 2부 능선 경작지다.
마을 주민들이 마늘 등을 심고 텃밭으로 이용하는 곳으로 비탈길을 따라 몇 개의 경작지가 붙어 있다.
마을 주민들은 구청 공무원에게 "화재 당시 A(65) 씨가 해당 경작지 밭두렁에서 농산 폐기물을 태우는 것을 목격했다"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주민 중 1명은 경찰에게 "A 씨가 불을 끄려고 했으나 실패했다"며 "현장 주변에는 A 씨 외는 없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경작지는 마을 주민이 함께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A 씨도 평소 사용자 중 한명이다.
경찰은 목격자 B 씨로부터는 화재 발생 직후 촬영된 최초 발화지 사진도 입수했다.
운봉산 산불, 밤새 산 정상 쪽으로 번져 / 연합뉴스 (Yonhapnews)
B 씨는 "집 앞에서 '타닥타닥'하는 불에 타는 소리가 들려 밖으로 나왔는데 밭두렁에서 불이 나고 있었다"면서 "불씨가 휙 하더니 날아가는 장면도 목격했다"고 말했다.
B 씨는 119에 급히 신고했지만 이미 다른 마을 주민이 신고한 상태였고, 이후 A 씨가 소방대원을 현장으로 안내하며 오는 장면을 봤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A 씨는 "밭에 거름을 지고 왔다가 불이 난 것을 봤다. 나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며 화재와 관련성을 부인하는 취지로 경찰에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B 씨는 "이곳은 등산로가 아니라 인적이 거의 없고, 간혹 무속인이 오는 것을 제외하고는 밭 사용자 외에 오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산림화재 수사는 관련 법상 산림청이나 지자체 특별사법경찰대가 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지만, 해운대 산불은 경찰이 수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해운대구에는 특별사법경찰대가 없어 경찰에 수사 의뢰를 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관련 법상 대형 산불(피해면적 100ha 이상)일 때 경찰에 수사 의뢰 할 수 있다고 돼 있지만, 특별사법경찰대가 구청에 없는 만큼 산림청과 구청에서 수사 의뢰가 오면 수사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3일 오후 2시 경찰과 소방, 시청, 산림청은 첫 발화지 인근에서 합동 화재감식을 벌였다.
불은 지난 2일 오후 3시 18분께 부산 해운대 운봉산에서 시작돼 18시간만인 3일 오전 9시 10분께 진화됐다.
축구장 28개 크기의 임야 20ha가 잿더미로 변했고, 주민 수백명이 대피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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