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장·시의회 의장이 예고도 없이 삭발한 이유는

입력 2019-04-03 15:22   수정 2019-04-03 16:49

포항시장·시의회 의장이 예고도 없이 삭발한 이유는
지진피해 특별법 촉구 결의대회서 순서에 없던 삭발식 감행
일부 시민 "여·야 법 제정 추진…뜬금없어"…시 "시민 결집 차원"



(포항=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이강덕 경북 포항시장과 서재원 포항시의회 의장이 한자리에서 갑자기 삭발한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포항시민이 시장과 의장이 예고도 없이 삭발한 이유를 놓고 궁금해하고 있다.
3일 포항시 등에 따르면 이 시장과 서 의장은 전날 오후 포항 육거리에서 열린 포항지진피해 특별법 제정 촉구를 위한 범시민 결의대회에서 머리를 깎았다.
결의대회는 2017년 11월 15일 일어난 규모 5.4 포항지진이 진앙 인근 지열발전소가 촉발했다는 정부 연구결과가 발표됨에 따라 열렸다.
포항 50여개 단체가 만든 '포항 11·15 지진범시민대책위원회'(범대위) 주최로 연 대회에서 참가자들은 지진피해에 따른 배상과 특별법 제정을 정부와 정치권에 촉구했다.
대회는 결의문 낭독과 시민 구호 제창, 국민청원 참여 퍼포먼스가 예정돼 있었고 이 시장과 서 의장의 삭발은 예정에 없었다.
그러나 대정부 결의문 낭독 이후 사회자가 갑자기 시장과 의장이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삭발식을 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시장과 의장은 계획한 행사가 아니었지만 각오한 듯 덤덤하게 무대에 올랐고 뒤이어 미용사 2명이 준비한 이발 기구로 머리를 깎았다.
두 사람의 삭발은 지난주에 처음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범대위나 포항시 안팎에서 "두 사람이 삭발하는 것이 어떻겠냐"란 제안 수준에서 논의됐다가 결의대회 직전에 결정됐다.
한 시의원은 "결의대회 때 사회자가 말했듯이 삭발식은 예정에 없던 일이었고 다른 시의원도 몰랐다"며 "그 상황에서 시장이나 의장이 삭발을 못 하겠다고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갑작스러운 삭발이 과연 필요했는지에 의문을 나타내는 주민도 많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가 2일 국회에서 고위 당·정·청 협의회를 열어 포항지진 진상조사와 피해지원을 위해 특별법 제정과 특위 구성을 조속히 추진하기로 했다.
김정재 국회의원(포항북)을 비롯해 자유한국당 소속 국회의원 113명은 '포항지진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안'과 '포항지진 진상조사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안'을 공동 발의했다.
여·야가 모두 지열발전으로 포항지진이 촉발됐다는 정부 연구조사와 관련해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만약 정치권이나 정부, 청와대가 포항지진 후속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면 이 시장과 서 의장이 대책을 촉구하는 차원에서 삭발은 의미가 있다.
그러나 상당수 시민은 이미 여·야 모두 특별법 제정 등에 나서겠다고 한 마당에 굳이 삭발해야 했는지 의문을 나타냈다.
한 시민은 "삭발은 일반적으로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거나 투쟁을 위해 하는 것인데 두 사람이 정부를 상대로 싸우는 것도 아니면서 할 필요가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서 의장은 "시민 의지를 보여주고 단결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삭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포항시 관계자는 "지진이 인재로 드러난 만큼 누군가는 사과해야 하는데 산업통상자원부 등은 아무 얘기가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시민 안전을 지켜야 할 시장이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과하는 뜻과 특별법 제정을 위해 시민을 결집하기 위한 뜻을 담아 삭발했다"고 말했다.

sds123@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