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임은진 기자 = 그리스의 유명 휴양지 산토리니섬이 당나귀를 타고 섬을 오르는 투어 상품인 '당나귀 택시'의 이용 자제를 독려하는 캠페인을 벌이기로 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산토리니 시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팸플릿을 배포할 계획이다.
또 산토리니를 운행하는 크루즈선 업체는 동물 복지에 대한 영상물을 선상에서 상영해 관광객의 주의를 환기하는 한편, 이 섬을 방문하는 탑승객 수를 줄이기로 했다.
이는 산토리니의 관광 명물인 당나귀들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 채 과체중 관광객이나 과도한 짐을 실어나르는 등 혹사당하고 있다는 비난이 잇따른 데 대한 조치다.
당나귀는 오래전부터 항구에서 해발 400m 위에 자리한 마을까지 사람과 짐을 나르는 산토리니의 주요 운송 수단이었다.
그러나 이 섬의 빼어난 경치가 명성을 얻으면서 유럽 등지에서 관광객이 몰려들자 동물보호단체를 중심으로 당나귀 혹사에 대한 비난도 쏟아지기 시작했다.
하루에만 1만7천 명의 유람선 관광객이 76㎢ 크기의 작은 섬을 찾으면서 수많은 관광객을 태우고 600개 계단을 매일같이 오르내려야 하는 당나귀들의 등골도 덩달아 휘고 피로도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과체중 관광객을 태우고 힘들어하는 당나귀 사진을 담은 기사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지면서 비난의 목소리는 점점 커졌고, 급기야 지난여름에는 당나귀 혹사에 반대하는 온라인 청원에 10만8천 명이 서명하기도 했다.
결국 그리스 정부는 지난해 무게가 100㎏이 넘거나 당나귀 체중의 20%를 초과하는 사람이나 짐을 싣지 못하도록 규제했고, 이번 캠페인은 이에 대한 후속 조치다.
캐서린 라이스 '당나귀 보호구역' 홍보 담당자는 "캠페인의 목적은 관광객들이 피라 항구의 계단을 오르려고 당나귀 택시를 사용하는 것을 중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만일 당나귀들이 잔혹하게 대우받는다고 생각한다며 걷거나 케이블카를 타는 것이 좀 더 책임감 있는 이동 방법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니코스 조르조스 산토리니 시장은 "이번 조치는 크루즈의 하루 하선 인원을 8천 명으로 제한한 올해부터 시행될 것"이라며 "당나귀의 복지를 향상하기 위해 구체적인 방법을 취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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