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비 280억원 투입해 수도권 최초로 이달 26일 개장
중국발 크루즈 무더기 취소돼 연말까지 5척만 기항 예정
(인천=연합뉴스) 신민재 기자 = 지난 3일 오후 찾은 인천항 크루즈 전용 터미널은 정식 개장을 3주 앞두고 막바지 준비가 한창이었다.
한 번에 최대 5천∼6천명에 달하는 크루즈 승객들의 출입국 수속에 필요한 보안검색 장비들을 설치하고 각종 설비를 점검하는 작업자들이 분주히 움직였다.
터미널은 국내 최장 교량인 인천대교가 한눈에 바라보이는 인천 송도국제도시 9공구 바닷가에 인천항만공사가 28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지상 2층, 연면적 7천364㎡ 규모로 세웠다.
수도권 최초의 크루즈 전용 터미널로,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22만5천t급 크루즈선도 수용할 수 있는 430m 길이 부두를 갖췄다.
국내 크루즈 전용부두는 부산 북항(22만t급), 서귀포 강정항(15만t급), 제주항(15만t급), 속초항(10만t급) 등지에 있다.
인천 크루즈 전용 터미널은 크루즈선의 출입구를 따라 움직여 승객이 편하게 타고 내릴 수 있도록 돕는 이동식 승하선용 통로(갱웨이·gangway) 2기도 설치됐다.
현장 관계자는 "국내에서 대형 크루즈 부두 개장은 부산·제주에 이어 인천이 세 번째이지만 서울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지리적 이점을 기반으로 인천이 해양관광의 거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수도권에 위치한 유리한 입지조건과 훌륭한 시설에도 불구하고 인천항 크루즈 터미널은 당장 이달 26일 개장 이후 터미널 이용 활성화라는 큰 숙제를 안고 있다.
부산이나 속초에 기항하는 크루즈선과 달리 인천을 찾는 크루즈선은 중국 관광시장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한·중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갈등이 불거진 이후 직격탄을 맞은 인천 크루즈 관광시장은 3년째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인천은 2014 아시안게임 개최를 전후해 2013년 95척(관광객 17만2천400명), 2014년 92척(18만3천900명), 2015년 53척(8만8천명), 2016년 62척(16만명)의 크루즈선이 기항했다.
이런 대규모 관광수요는 정부가 인천에 수도권 최초의 크루즈 전용 터미널 건립을 결정한 배경이기도 하다.
그러나 2017년 중국 당국의 '사드 보복'이 노골화하면서 중국발 크루즈의 인천 기항이 무더기로 취소됐다.
2017년에는 17척(관광객 3만명), 지난해에는 10척(2만2천명)의 크루즈만 인천을 찾았다.
올해는 크루즈 터미널 개장일인 이달 26일을 포함해 연말까지 5척의 크루즈 기항이 예정돼 있다.
연초부터 지난달까지 인천에 기항한 7척을 합치면 총 12척에 그칠 전망이다.
중국은 최근 일부 지역에서 한국 단체관광을 허용하는 등 금한령(禁韓令) 해제 움직임을 보이지만 크루즈 시장에서는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우리 항만·관광업계는 중국인 관광객을 대체하기 위한 시장 다변화에 나서 대만과 홍콩 시장 개척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중국과 가까운 인천항의 지리적 특성을 고려할 때 크루즈 터미널 활성화는 여전히 중국시장이 열쇠를 쥐고 있다.
2016년 92만명에 달했던 인천∼중국 10개 노선 카페리 여객 수는 사드 갈등이 불거진 2017년 60만명으로 30% 이상 감소했지만 지난해 80만9천명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항만공사 관계자는 "한중관계 경색으로 크루즈 관광객이 급감해 관련 업계가 침체를 겪었지만 내년에는 시장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한 해 100척에 육박하는 크루즈가 인천을 찾았던 점을 고려하면 이른 시일 안에 크루즈 전용 터미널이 해양관광 인프라로 제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sm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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