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유족 "왜 이제야 오셨나"…국방차관 "정말 죄송한 마음"

입력 2019-04-03 18:48   수정 2019-04-03 19:20

4·3유족 "왜 이제야 오셨나"…국방차관 "정말 죄송한 마음"
'71년만의 발걸음'…서주석 차관, 광화문 추모공간서 유족들 만나
"정부 약속 이행 안 해" 유족 '쓴소리'에 서 차관 "진상규명 노력 동참"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차관님 왜 이제야 오셨습니까. 저희 어머니께서 71년간을 기다리셨는데…."
"저희가 정말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있고요. (중략) 정말, 여러분들께 위로의 말씀 올립니다."
군·경(軍警)에 의해 양민들이 학살된 제주 4·3 사건 71주기를 맞이한 3일 오후 5시 서울 광화문 광장의 희생자 추모공간에서 과거 '가해기관'을 대표해 서주석 국방부 차관이 유족들을 만났다. 국방부는 이날 사건 71년 만에 공식 유감을 표명했고, 부처의 2인자가 사실상 사죄의 발걸음을 한 것이다.

오전 국방부의 유감 입장 발표에 이어 서 차관은 오후 4시 58분께 광화문 추모공간을 찾았다. 방명록에 글을 쓴 뒤 피해자 영전에 헌화하고 묵념한 서 차관은 유족들과 만나 '한'과 '원망', '기대'가 섞인 말들을 경청했다.
서 차관은 유족들에게 "저희가 정말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며 "앞으로 진상규명을 위한 정부의 노력에 최선을 다해서 적극 동참하고, 또 희생되신 분들의 명예회복과 함께 유가족 분들의 상처와 아픔을 치유하는데 적극 동참하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한 유족은 "사과의 시작이라고 생각해 달라"며 "저희는 이걸 진정한 사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것은 사과의 시작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에 서 차관은 "말씀드린 대로 정부는 이미 진솔한 사과를 여러 차례 했다. 국방부는 진상규명을 위한 정부의 노력에 정말 적극 동참할 것이고 무고한 희생에 대해선 저희도 사과의 마음을 분명히 가지고 있다고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한 유족이 "절대 여기서 후퇴하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며 "여기까지 오시는 데 71년 걸렸다. 앞으로는 뒤로 가는 일이 없도록 저희 유족들은 진심으로 바라겠다"고 당부했고 서 차관은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관련 기록물과 대통령들의 추모 행보 관련 사진들이 전시된 공간에서 서 차관은 다시 한번 유족들의 한 맺힌 호소를 들었다.
현장에 전시된 사진과 기록물을 서 차관에게 소개한 한 유족 관계자는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이 평화공원을 찾아서 국가에 의해 죽은 사람들에게 배상과 보상을 하는 법을 제정하고 정신적 치유도 하겠다고 했고, 다시는 학살이 발생하지 않게끔 국가가 책임지고 추진하겠다고 했는데 지난 1년간 단 하나도 진행된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뤄진 것이라고는 광화문 세종로 청사에 있는 현수막 하나와 오늘 차관이 71년 만에 온 것"이라며 "대한민국 대통령들이 다 진실을 말했지만 국방부는 아직 이에 대해 구체적 말씀을 안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또 "당시 가해의 주범들의 서훈에 대한 (취소) 문제, 연금에 대한 문제를 노력해달라"고 말했다. 그러자 서 차관은 "안타깝게 희생된 분들께 애도의 마음을 표한다"며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취재진과 만난 서 차관은 국방부가 발표한 공식 입장과 차관의 방명록 글에 명시적인 '사죄' 표명이 없었다는 질문을 받자 "국방부는 진상규명을 위한 정부의 노력에 적극 동참할 것"이라는 답을 반복했다. 그러면서 "무고한 희생에 대해선 저희도 분명한 사과의 마음을 갖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미 정부도 진상규명과 관련한 말을 했고 그런 노력이 진행될 것"이라며 "그런 정부 전체의 노력에 국방부가 적극 동참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서 차관은 정경두 장관이 들르지 않은 데 대해 정 장관이 출장(미국) 중이어서 물리적으로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jh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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