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학자 윌리엄 번스타인이 쓴 '무역의 세계사'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지난 2017년 국립대구박물관은 대구 월성동 유적에서 출토한 1만8천년 전 구석기시대 흑요석을 분석해 산지가 백두산이라고 밝혔다.
유사한 사례는 서양에서도 확인된다. 그리스 본토 동굴에서 찾은 1만2천년 전 흑요석 조각이 약 160㎞ 떨어진 멜로스섬에서 생성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인류는 구석기시대부터 품질 좋은 물건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고, 다양한 경로를 통해 물품을 널리 유통했다.
경제사학자이자 금융 이론가인 윌리엄 번스타인은 메소포타미아 문명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무역을 통사적으로 다룬 신간 '무역의 세계사'에서 무역을 '인간의 거부할 수 없는 본능'으로 규정한다.
그는 "무역은 식량, 피난처, 성적 호감, 교제처럼 원초적 욕구에 속한다"면서 "교역에 참여하려는 욕구는 인류 행보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고, 세계를 번영으로 이끌었다"고 주장한다.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저자는 무역에 기반을 둔 세계화가 현대에 갑작스럽게 일어나지 않았고, 오래전부터 점진적으로 이뤄졌다고 강조한다.
1493년 콜럼버스 2차 항해 이후 옥수수·밀·커피·차 같은 작물이 대륙을 오가면서 농업과 노동시장에 혁명이 발생했고, 페루와 멕시코에서 은 광산이 발견되면서 세계적 통화체계가 구축됐다는 것이다.
세계화는 인간의 삶을 풍성하게 했지만, 한편으로는 불만을 야기하기도 했다.
유럽의 경우 신대륙에서 값싸고 질 좋은 물건이 수입되면서 전통적인 농민과 노동자가 타격을 입었고, 무역으로 인한 부작용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하지만 저자는 경제 불균형과 불안정성 증가가 자유무역에서 비롯되지 않았다면서 미래를 낙관한다.
그는 "인류가 덜 폭력적으로 변하고 있는데, 주된 원인은 이웃이 죽기보다는 살 때 더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라며 "미시경제의 시각으로 보면 자신이 사용하는 셔츠, 노트북, 자동차를 구매하거나 생산하는 상대에게 폭탄을 보낼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전망한다.
저자 생각대로라면 미국과 중국이 지난해부터 상대국 물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벌이는 무역전쟁은 종식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자유무역은 패배자를 양산하기도 했기에 무역전쟁의 결말은 아직 알 수 없다.
라이팅하우스. 박홍경 옮김. 692쪽. 3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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