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품송 '아들 나무' 제가 살게요"…보은군에 주문 쇄도(종합)

입력 2019-04-04 09:57  

"정이품송 '아들 나무' 제가 살게요"…보은군에 주문 쇄도(종합)
이달부터 200그루 판매 방침에 사흘간 100여건 문의 쏟아져
만만찮은 가격 100만원에도 "귀한 나무 확보하자" 관심 폭발

(보은=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정이품송 자목을 사겠다는 전화 때문에 업무가 마비될 지경입니다. 사흘간 100건 넘게 문의가 들어왔어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소나무이면서 속리산의 상징인 정이품송(正二品松·천연기념물 103호)의 자목(子木) 분양에 나선 충북 보은군이 밀려드는 주문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4일 군에 따르면 이달부터 정이품송의 10년생 자목 200여 그루를 판매한다는 언론 보도가 나간 뒤 하루 30∼40건의 구매 문의가 접수되고 있다.
대부분 '귀한 나무'를 회사나 집 주변에 심으려는 개인 구매자들이다.
군은 주문 순서에 따라 올해 200그루를 1차로 판매할 계획이다.
군이 생산한 자목은 2010년 정이품송 씨앗을 받아 키운 것으로 높이 3∼4m, 밑동 지름 10∼15㎝ 정도 된다.
충북대 특용식물학과 유전자 검사를 통해 '아비'인 정이품송과 99.9% 형질이 일치한다는 확인서도 받았다.
나무 가격은 1그루당 100만원이다.
군 관계자는 "유전자 검사에 한 그루당 30만원이 들고, 종자를 싹틔워 길러낸 비용 등을 따져 가격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보은군 속리산면 상판리에 있는 정이품송은 조선 7대 임금인 세조의 속리산 행차 때 어가(御駕) 행렬이 무사히 통과하도록 가지를 스스로 들어 올려 '정이품' 벼슬을 받았다는 전설이 전해오는 나무다.

원래 원추형 자태가 아름다웠는데, 1980년대 솔잎혹파리에 감염되고 연이은 태풍 피해 등으로 가지가 부러져 지금은 제 모습을 상실한 상태다.
군은 현재 2곳의 군유림(2.4㏊)에서 정이품송과 이 나무 '부인 나무'로 불리는 서원리 소나무(천연기념물 104호) 자목 2만여 그루를 재배하고 있다.
이 중 유전자 검사를 통해 정이품송 '친자'로 확인된 200그루가 이번에 첫 판매대에 오른다.
자목 생산을 총괄한 송석복 보은군 산림녹지과장은 "자목이 아직은 '아비 나무'의 우아한 모습을 빼닮지 않았지만, 성장하면서 조금씩 닮게 될 것"이라며 "한꺼번에 주문량을 전부 공급하기는 힘들어, 한 해 200그루씩 판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일부에서 외지 판매를 달갑잖게 지적하는 시각이 있지만, 관내에 이미 수백 그루가 심어졌고 마음만 먹으면 더 많은 묘목 생산도 가능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덧붙였다.
군은 자목을 판매할 때 유전자 검사 결과에 기초한 '혈통 보증서'를 함께 발급할 예정이다.
bgi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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