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구속…사고 후 피해자 매달고 주행 "무면허 운전 들킬까 도망"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다른 사람의 신분을 도용해 렌터카를 빌려 무면허로 운전하다 보행자를 친 뒤 달아났던 30대가 4개월여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이 남성은 사고 직후 피해자가 차에 매달린 상태에서 그대로 차를 몰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 도로교통법상 무면허 운전, 주민등록법 위반, 점유이탈물 횡령, 공문서 부정행사 혐의로 박모(30) 씨를 구속 수사해 지난 1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지난해 11월 5일 오후 11시 52분께 렌터카 업체에서 빌린 쏘나타 승용차를 몰다 송파구 문정동의 한 도로에서 보행자 A씨를 들이받았다. 그는 분실된 지갑 안에서 발견한 남의 신분증으로 차를 빌린 것으로 파악됐다.
A씨가 차 보닛에 매달렸으나 박씨는 차를 멈추지 않고 19.3m가량을 그대로 주행해 떨어트렸고, 아무런 조치도 없이 그대로 차를 몰아 현장을 떠났다. 이 사고로 A씨는 뇌진탕과 급성 스트레스 등 전치 4주의 부상을 입었다.
이후 박씨는 렌터카 업체에 "앞을 달리던 차에서 돌이 떨어져서 앞 유리가 파손됐다"며 사고를 낸 사실을 숨긴 채 차를 반납했고, 차의 보상 문제를 추후 의논하기로 했으나 렌터카 업체의 연락을 받지 않고 이튿날부터 잠적했다.
경찰은 주변 폐쇄회로(CC)TV 20대를 확인해 박씨가 운전한 차 번호를 알아냈고, 이후 주변인 탐문수색 등을 토대로 박씨의 신원을 파악해 수배했다.
박씨는 지난달 25일 충남 보령 대천항에서 배에서 내리던 중 해양경찰의 불심검문에 걸려 붙잡혔고, 이후 송파경찰서로 인계됐다.
조사 결과 박씨는 무면허 상태로 운전하다가 사고를 내는 등 과거에도 30건의 범죄를 저질러 이번 사건 외에도 10건의 수배가 내려진 상태였다.
그는 무면허 사고 혐의를 부인하다가 경찰이 블랙박스 영상 등 증거자료를 제시하며 추궁하자 뒤늦게 범행을 인정하며 "무면허 상태로 운전한 것이 들통날까 봐 도망쳤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박씨가 사고를 낸 이튿날에도 다른 사람 명의로 렌터카를 빌리는 등 범행을 계속 저지른 점, 주거가 일정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지난달 27일 구속했다.
박씨는 공갈 및 사기 등 혐의로도 다른 경찰서에서 수사를 받고 있다. 경찰은 구치소에 있는 박씨를 방문 조사하는 등 남은 죄를 수사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뺑소니범은 반드시 검거된다"며 "교통사고를 내면 과실범이지만, 뺑소니는 고의범으로 더 무겁게 처벌된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사고가 나면 즉시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jae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