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정부 '인건비 억제' 요구에 정규직 줄이고 비정규직 늘려
2005년 조사 비해 40% 증가, 50% 넘는 곳 17곳→93곳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일본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중 '비정규직'의 비중이 급속히 높아지고 있다. 중앙 정부가 공무원 인건비 억제를 내세워 감원을 요구하는데 비해 자녀양육과 교육, 복지 등 공공서비스 수요는 늘자 지자체들이 정규직을 줄이는 대신 비정규직 채용을 늘리고 있어서다.
총무성이 2016년 4월 현재 전국 지자체의 정규직과 비정규직 공무원 현황을 조사한 결과 비정규직이 64만명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4일 보도했다. 이는 2005년 조사 때 보다 40% 증가한 것이다.
간바야시 요지(上林陽治) 지방자치종합연구소 연구원이 총무성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얻은 자료를 지자체별로 집계한 결과 나가사키(長崎)현 사자초(佐?町)의 비정규직 비율이 66.9%에 달하는 등 전국 93개 지자체의 비상근 또는 임시고용 직원의 비중이 50%를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자체들이 중앙 정부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정규직을 줄이는 바람에 신분이나 수입이 불안정한 비정규직이 행정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비정규직 비중이 50%가 넘는 지자체는 2008년 17곳에서 93곳으로 늘었다.
일본 정부는 2005년 공무원 인건비를 억제하기 위해 5년간 지자체 공무원 6.4% 감원 등을 내용으로 하는 '집중개혁계획'을 제시하고 각 지자체에 감원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정규직 공무원은 23만명 줄어든 것으로 밝혀졌다.
비정규직 비율이 가장 높은 사자초의 경우 4년전 조사와 비교하면 정규직 수는 거의 변화가 없지만 비정규직은 31명 늘었다. 간호사와 고령자 등의 돌보미(개호), 보육사 같은 전문직의 인력수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인사 담당자는 정규직을 채용하면 수십년에 걸쳐 인건비 부담이 증가한다고 지적하고 "장래를 생각하면 지금 어렵다고 해서 정규직을 늘릴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비정규직의 처우개선을 위해 내년부터 고용형태를 '회계연도 임용직원'으로 바꿔 보너스와 퇴직금 등의 수당도 지급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민간에 요구하고 있는 '동일업무 동일임금' 정책에 따른 조치다.
총무성이 2016년 실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자체 비정규직의 75%는 여성이다. 보육사와 학교 급식 조리직원, 간호사 등에서 여성 비중이 특히 높았다.
노요리 도모코(野依智子) 후쿠오카(福岡)여대 교수는 여성의 비정규직 비중이 높은 배경에는 남자가 벌고 여자는 가사와 육아를 맡는다는 젠더(성)관이 자리잡고 있다면서 여성몫으로 간주하는 업무는 '가사의 연장'이고 가계를 보조하는 정도의 임금이면 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성활약촉진을 주창하지만 실제로는 비정규직이 많다"면서 "여성이 제대로 생활할 수 있고 자립가능한 고용환경이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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