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대한불교조계종 노동조합이 전·현직 총무원장을 제소하면서 한동안 잠잠하던 조계종 갈등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종단의 노조 활동이 이례적인 데다 조계종을 이끄는 행정수장인 총무원장이 관련된 사안이어서 파장이 작지 않다.
전국민주연합노동조합 조계종지부는 4일 전 총무원장 자승 스님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으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조계종이 2011년 10월 국내 생수업체와 상표 사용권 부여 계약을 체결한 이후 지난해까지 종단과 무관한 제3자에게 5억여원의 로열티가 별도로 지급됐다고 노조는 주장했다.
노조는 계약 당시 총무원장이었던 자승 스님이 요구한 인물에게 로열티가 지급됐다고 보고 있다.
자승 스님은 2009년 총무원장으로 당선돼 2017년 퇴임했다.
1994년 조계종 종단 개혁 이후 총무원장 가운데 첫 연임 기록을 세운 자승 스님은 여전히 종단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설정 총무원장 퇴진 사태 당시 설조 스님과 불교계 재야단체들은 자승 스님이 적폐의 몸통이라며 구속과 멸빈(승적 영구 박탈)을 요구하기도 했다.
조계종 노조는 현 총무원장 원행 스님을 상대로도 공세에 나섰다.
노조는 지난달 19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구제신청을 제기했다. 3차례에 걸친 단체교섭 요구에 정당한 이유 없이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었다.
사용자를 조계종 총무원장으로 명기, 사실상 총무원장 원행 스님을 제소한 셈이다.
노조는 부당노동행위를 즉시 중단하고 노동조합 교섭 요구 사실 공고문을 부착하고 단체교섭을 시행할 것, 노동조합 게시물을 반복적으로 삭제하는 행위를 근절할 것, 게시물 임의 삭제에 대한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공고문과 사건 판정문을 게시할 것 등을 요구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총무원 측에 답변서를 구제신청 10일 이내에 제출하라고 요구했고, 총무원은 연기 요청을 해 이달 5일까지 답변하기로 했다.
부당노동행위가 인정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조계종 노조는 설정 총무원장 퇴진 사태 이후 지난해 9월 20일 출범했다.
조계종 사무와 시설관리 등의 업무를 하는 종무원들이 결성한 노조로, 현재 중앙종무기관과 산하기관 종무원 약 300여명 가운데 40여명이 가입했다.
조계종 내부에서도 노조 행동을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달 중앙종회에서 일부 의원들은 "총무원장이 사측 대표로 임금협상에 나서야 하냐"며 노조 활동에 우려를 표하고 강경 대응을 촉구했다.
반면에 극단적인 방법보다는 노동권 문제로 접근해 열린 자세로 교섭에 응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종무원 내부에서도 노조 움직임을 둘러싸고 찬반양론이 나오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전 총무원장이 종단에 손해를 끼친 불법 행위는 마땅히 사실관계를 밝히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종단이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운영되도록 하는 게 노조의 목표"라고 말했다.
다만 현 총무원장을 제소한 것에 대해서는 "현 집행부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며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말했다.
총무원 측은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에 대해서는 답변서를 제출하고 절차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며 "원만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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