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연합뉴스) 민영규 특파원 = 중국과 남중국해에서 영유권 분쟁을 벌이면서도 저자세 외교를 취한다는 지적을 받았던 필리핀이 모처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대규모 중국 선단이 자국 섬 주변에 장기간 정박하며 압박하자 인내심의 한계를 느낀 것으로 보인다.
필리핀 외교부는 4일 성명에서 "파가사 섬(남중국해 스프래틀리 제도에 있는 티투섬, 중국명 중예다오)은 필리핀이 주권과 관할권을 갖고 있다"면서 "이 섬과 스프래틀리 제도에 있는 다른 섬 근처나 주변에 중국 선박들이 출현하는 것은 불법일 뿐만 아니라 필리핀의 주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대규모 중국 선박이 반복적으로 지속해서 출현하는 것은 그 의도에 대한 의구심과 강압적인 목적을 지원하기 위한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필리핀 외교부는 특히 "중국 정부는 부인하고 있지만 그런 행위들이 중국 정부에 의해 취해지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필리핀은 적절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필리핀 외교부가 중국과의 영유권 분쟁과 관련해 항의 성명을 발표한 것은 이례적이다.
살바도로 파넬로 필리핀 대통령궁 대변인은 지난 1일 "올해 파가사 섬 인근 해상에서 포착된 중국 선박은 275척으로 파악됐다"면서 "자오진화 주필리핀 중국대사를 만나 재발 방지를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현지 ABS-CBN 방송은 군 당국의 발표를 인용, 중국 선박 600척 이상이 지난 1월부터 파가사 섬을 돌고 있으며 지난 2월 10일에는 무려 87척이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산하 '아시아 해양 투명성 이니셔티브'(AMTI)는 지난 2월 보고서에서 "지난해 12월부터 티투 섬 인근에 중국 선박이 급격히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AMTI는 중국의 이 같은 행위가 티투 섬의 활주로, 부두 시설 보강 공사를 저지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했다.
필리핀은 그동안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친(親) 중국 외교 노선을 밟으면서 중국과의 영유권 분쟁에 대해 목소리를 낮춰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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