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쿠르상 수상 작가 피에르 르메트르의 신작 소설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가족과 친구, 부하의 배신으로 모든 것을 잃은 여자 '마들렌'
아버지 장례식날 하나뿐인 어린 아들 '폴'이 창밖으로 뛰어내려 영원히 하반신을 못 쓰게 되고, 믿었던 삼촌과 은행장은 그를 속여 모든 것을 앗아간다.
복수할 사람들의 명단을 꼽던 마들렌은 폴의 고백으로 그들보다도 더한 악마가 있었음을 알게 된다.
공쿠르상 수상 작가이면서 영국 추리작가 협회상도 받은 프랑스 작가 피에르 르메트르 신작 소설 '화재의 색'(열린책들)은 공쿠르상 수상작인 '오르부아르' 후속작이다.
사기와 담합, 배신과 음모로 얼룩진 지난 100년간의 프랑스 현대사를 조망하는 역사 스릴러 연작 두 번째 소설로, 출시되자마자 프랑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고 19개 국어로 번역·출간됐다.
600페이지가 넘지만, 한순간도 긴박감을 잃지 않고 흥미진진하게 진행된다.
소년은 왜 창문에서 뛰어내렸을까. 과연 마들렌은 복수에 성공할 수 있을까.
궁금증에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독자들은 어느덧 마들렌의 분노와 슬픔, 굳은 의지를 고스란히 공감하며 마지막까지 그와 여정을 함께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내 전 재산이 당신의 손아귀에 들어갔군요…"
"아니, 당신은 당신의 재산을 잃은 거고, 그사이 난 내 재산을 만든 거요. 이건 전혀 다른 얘기지."(224쪽)
'그는 무거운, 거의 어른의 것과도 같은 목소리로 더듬더듬 말하기 시작했다. 그는 말을 많이 더듬었다. 다시금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고, 눈물과 함께 진실이 드러났다. 그것은 아주 느리고, 아주 길었다. 입술은 한마디 할 때마다 뒤틀렸고, 때로는 말들이 서로 엉켰다. 마들렌은 참을성 있게, 하지만 찢어질 듯한 심정으로 기다렸고, 아들의 삶이, 그녀는 아무것도 모르는 어떤 삶이, 아들이지만 그녀는 어떤 아이의 삶이 펼쳐지는 것을 보았다.'(232쪽)
1920∼1930년대의 어지럽고 부패한 시대 속에서 원수 한 명 한 명에게 통쾌하게 복수해나가는 마들렌에게는 '몽테크리스토 백작 부인'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다.
임호경 옮김. 열린책들. 624쪽. 1만4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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