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에 웬 샤워장?…경찰 '수상한 조달 납품' 내사 착수

입력 2019-04-06 09:00  

화장실에 웬 샤워장?…경찰 '수상한 조달 납품' 내사 착수
우수조달물품 이유로 수의계약 한 뒤 취급조차 않는 엉뚱한 제품 납품
장흥군 "업체에 속았다" 수사 의뢰·자체 감사


(장흥=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공공조달 계약 내용과 딴판인 이동식 화장실 납품을 두고 경찰이 내사에 들어갔다.
6일 전남 장흥경찰서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가 탐진강변에 개당 1억원을 들여 설치한 화장실 4동(棟) 가운데 절반이 엉뚱하게도 간이샤워장으로 시공된 과정을 내사하고 있다.
나머지 화장실 2동도 애초 계약과 다른 화장실로 시공된 점도 들여다보고 있다.
장흥군은 2016년부터 올해 말까지 총사업비 80억원을 들여 '정남진 장흥 물축제'가 열리는 탐진강 일원을 관광명소로 꾸미는 중이다.
다목적 물놀이장 주변에 설치한 화장실 4동은 발주, 검수, 대금 지급이 지난해 4월부터 넉 달 만에 마무리됐다.
장흥군은 4억570여만원을 들여 조달청 나라장터 물품 주문으로 무방류(無放流) 화장실 4동을 발주했다.
분뇨를 흘려보낸 물을 여과해서 재사용하는 무방류 화장실은 A업체가 특허를 보유해 수의계약으로 이뤄졌다.
나라장터에 등록한 계약 내용, 대금 지급 전 시행한 검수와 달리 화장실 4동 중 2동을 샤워장으로 시공한 사실이 최근 드러났다.

샤워장은 A업체가 취급조차 않는 조달품목인데 장흥군은 무방류 화장실과 동일한 금액을 지급했다.
조달업계에서는 장흥군이 설치한 샤워장은 화장실보다 설치 비용이 훨씬 적게 들어간다고 추산했다. 수천만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가격 차이의 해명이 필요한 대목이다.
화장실로 시공한 2동도 계약 내용과 딴판이다. 무방류 설비 없이 땅속 오수관로와 연결했다.
설치 장소가 시가지와 가까워 장흥군은 처음부터 오수관로를 사용하는 일반식 화장실로 발주할 수 있었다.
지자체가 값비싼 무방류 화장실을 고집한 이유는 우수조달물품 구매를 명분으로 수의계약 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업계 분석이 나온다.
장흥군은 논란이 일자 지난 2일 샤워장을 화장실로 개조하는 공사를 벌였다.
샤워꼭지 밑에 대변기를 놓고, 샤워기 사이사이에 소변기를 설치하는 황당한 상황이 연출됐다.

정종순 장흥군수가 '진상규명이 우선'이라며 반나절 만에 공사 중단을 지시하면서 샤워장에 대변기·소변기가 설치된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됐다.
장흥에 화장실과 샤워장을 납품한 A업체는 지난해 장성 황룡강변과 장성호 수변길에도 조달계약과 다른 화장실 3동을 납품했다.
A업체가 장성에 납품하기로 한 무방류 화장실은 정화조에 분뇨를 모아 수거하는 일반식으로 시공됐다.
최근 3년간 A업체는 전국 지자체와 공공기관 등 40여곳에 50억원 상당의 무방류 화장실을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수의계약으로 발주한 화장실이 왜 샤워실로 납품됐는지 총체적인 과정을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방류 화장실을 주문해놓고 샤워장 도면과 시공 상태를 비교 검수한 장흥군은 "업체에 속았다"며 내사와 별도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장흥군은 이동식 화장실 공공조달 납품 전반에 대해 자체 감사에 착수했다.
h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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