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의 부인 바버라 여사가 생전에 자신을 지독하게 싫어했다는 소식에 놀랍지 않다고 말했다.
4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워싱턴 타임스와 독점 인터뷰를 가진 트럼프 대통령은 바버라 부시 여사의 생전 발언들을 소개한 책이 출간된 것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이같은 반응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녀가 내게 악의를 품고 있다는 말을 들었지만 그럴 만도 하다"고 밝히면서 "내가 그녀의 아들들에게 한 일을 보라"고 답했다.
바버라 부시 여사의 생전 발언들은 인터뷰와 그녀가 남긴 방대한 분량의 일기장을 바탕으로 일간지 USA투데이 워싱턴 지국장 수전 페이지가 집필한 저서 '모계사회:바버라 부시와 왕조의 탄생'에 상세히 담겨 있다.
이 책에는 바버라가 트럼프 대통령을 "탐욕의 상징"이라고 힐난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 책에 발췌된 일기장을 보면 트럼프에 대한 반감은 1990년대부터 싹트기 시작했다.
잘 나가던 부동산 사업자였던 트럼프가 한 자선행사에서 바버라의 남편이 일본에서 거액을 받고 연설한 사실을 꼬집은 것이 빌미가 됐다. 그녀는 당시 일기장에 "트럼프는 이제 탐욕, 이기심. 추함을 의미한다. 참으로 딱한 일"이라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을 보는 바버라 여사의 시각은 트럼프가 대선 출마를 발표하고 선거 유세를 통해 그녀의 아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물론 이라크 침공 결정을 맹렬하게 비판하던 2015년에 더욱 냉랭해졌다.
트럼프는 또한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마주친 바버라 여사의 차남 젭 부시를 '저출력' 인물이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트럼프가 경선에 뛰어들기 전만 해도 젭 부시는 선두주자로 간주되는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타임스 인터뷰에서 "그녀는 내 경쟁 상대의 어머니"라고 말하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젭 부시)가 이길 걸로 생각했지만 금방 탈락하고 말았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나는 사우스 캐롤라이나에서 그를 매우 심하게 몰아쳤다"고 말하고 "그가 사우스 캐롤라이나에서 이길 걸로 예상됐지만 내가 압승했다"고 강조했다.
이 부분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말은 길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담자에게 "그의 (젭 부시)의 형이 첫 지원 연설을 하러 왔을 때 나는 왜 이렇게 늦으셨냐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저서에 따르면 바버라 여수는 다수의 공화당 골수 당원과 유력 언론인들과 마찬가지로 표심을 크게 오판해 트럼프가 결코 승리하지는 못할 걸로 보고 있었다.
그래서 첫 여성 대통령의 배우자라는 반열에 오른 것을 축하한다는 내용으로 선거가 끝난 이후에 빌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발송할 편지도 미리 써두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선거 다음날 아침 눈을 뜬 바버라 여사는 "놀랍게도 트럼프가 이겼다는 것을 알았다"고 일기장에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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