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스트라이크 아웃제 처음 적용한 최고 수위 징계
'범죄·비리 엄단' 일부 긍정 평가에도 '이것이 청렴 현주소' 비판 높아
(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기자 = 울산에서 중학교 교장과 초등학교 교사 등 2명이 동시에 최고 수위 징계인 '파면' 처분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교단 범죄와 비리를 엄벌하려는 의지가 반영된 조처라며 애써 의미를 부여하지만, 청렴 대책이 공염불이 된 울산교육의 부끄러운 현주소일 뿐이라는 비판이 더 거세다.
울산시교육청은 최근 초등학교 교사 A씨와 중학교 교장 B씨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열어, 2명 모두 파면 처분하기로 결정했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A씨는 2017년 3월 학교 과학실에서 9살 여학생에게 문제 풀이를 해주면서 엉덩이를 만지는 등 같은 해 4월 중순까지 학생 3명에게 6차례에 걸쳐 성적 수치심을 주는 등 학대행위를 했다.
A씨는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돌아다닌다는 이유로 손으로 머리를 때리고 양손으로 구레나룻 부위를 잡아당기는 등 13명을 25회에 걸쳐 신체적으로 학대하기도 했다. 또 학생들을 '꽃등심', '할매', '돼지' 등으로 부르거나 욕설을 하는 등 제자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사실도 있다.
A씨는 이런 행위들로 학부모에게서 항의를 받아 사과하기도 했고, 학교 측이 보조교사를 A씨 수업에 참관시킬 정도로 예방조치를 했음에도 문제 행위를 중단하지 않았다.
A씨는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지난 2월 1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재판 당시 A씨는 "아이들을 성적으로 학대한 적이 없다"면서 "가벼운 체벌을 가하거나 격의 없는 소통을 위해 별명을 부른 적은 있지만, 학대행위 수준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해 아동들이나 범행을 목격한 아동들, 해당 학생들의 담임교사 법정 진술을 포함해 여러 증거에 의하면 성적·신체적 학대행위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면서 "A씨가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앞서 음주운전으로 3회 형사처분과 1회 징계 처분을 받는 등 교육자로서 품위손상 행위를 반복했다"며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B씨는 2016년부터 올해 초까지 수십차례에 걸쳐 학교예산으로 개인 물품을 사들이다가 시교육청 감사에 적발됐다.
그는 학생 식비나 간식비를 사적으로 사용했고, 학교 사무용품 구매를 건의하면서 개인용품을 사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가령 과학실 실험 장비를 산다는 명목으로 가습기를 구매하고, 학생 기숙사에 기증된 세탁기를 관사에서 사용하는 식이다.
또 직원들에게서 금품을 받고, 학교축제 부스 운영 수익금을 횡령한 사실도 적발됐다.
B씨가 예산을 유용하거나 금품을 수수한 규모는 700여만원에 달한다.
특히 B씨에 대한 파면 처분은 울산시교육청이 올해 도입한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적용한 첫 사례로 꼽힌다.
이 제도는 공무원이 한 번이라도 비위를 저질러 적발되면 공직에서 퇴출하고 내용에 따라 형사 고발하는 제도로, 노옥희 교육감 공약사항이기도 하다.
울산교육계 안팎에서는 파면 처분이 잇따라 나온 것을 두고 '이례적 엄벌'이라는 말이 나온다.
울산에서는 2017년 1월 성범죄를 저지른 한 교사가 파면된 이후, 2년여 동안 파면 처분이 없었다.
7일 교육계 한 관계자는 "형사적 처벌을 받은 A교사는 몰라도, B교장에게 파면 처분이 내려진 것은 의외라는 평가가 있다"면서 "해임 정도를 예상한 관측이 많았다"고 밝혔다.
파면 처분을 받게 되면 연금과 퇴직수당을 50%만 받을 수 있다. 해임 처분은 금품 수수나 공금 횡령 등일 때만 4분의 1이 감액되고, 그 외 사유는 감액 없이 연금과 수당을 전액 받을 수 있다.
시교육청 감사관실 관계자는 "엄밀히 보면 B교장은 예산 유용 규모 등을 볼 때 원스트라이크 아웃제가 아니더라도 중징계 대상이다"면서 "다만, 교단 불법과 비리에 엄격해진 분위기가 최고 수위의 징계 처분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후속 조처에도 학부모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한 학부모는 "교단 범죄와 비리를 엄단하는 것은 당연하고 그것이라도 잘 된 것은 다행이지만, 사실 '사후약방문'일 뿐이다"면서 "울산교육청이 교육행정 전 분야에 청렴을 강조하는데, 적어도 중징계에 해당하는 사건이 없기를 희망하는 것이 학부모 마음이다"고 지적했다.
hk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