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민들 '비상'…"올해도 조업 힘들 듯"
(고양=연합뉴스) 노승혁 기자 = 올해도 어김없이 봄이 되면서 한강 하류에 유해 생물인 '끈벌레'가 다시 출현, 어민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7일 경기도 고양시 행주 어민들에 따르면 지난주부터 한강 하류인 행주대교와 김포(신곡) 수중보 사이에서 잉어와 뱀장어 등을 잡으려고 설치한 그물에 끈벌레가 함께 걸려 올라오고 있다.
30여 명으로 구성된 행주 어민들은 이달 초부터 다음 달 중순까지 이 구간에서 실뱀장어(뱀장어 치어) 조업을 할 예정이지만 걱정이 앞서고 있다.
어민들은 1인당 80m짜리 포획용 그물 7개씩을 한강에 설치할 수 있다.
지난 5일 행주 어촌계에서 만나 어부 유영구(71)씨는 "이날 아침에 걷어 올린 그물에 실뱀장어는 5∼6마리뿐이고 나머지는 전부 끈벌레였다"면서 "올해도 봄과 함께 끈벌레가 나타나 걱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수년 동안 행주어촌계 어민들은 이맘때 그물마다 걸려 나오는 끈벌레와 사투를 벌였다.
대다수 죽은 실뱀장어가 끈벌레와 섞인 채로 잡혀 사실상 조업을 하지 못했다.
올해도 끈벌레가 지난해처럼 다량 출현하면 조업을 할 수 없게된다.
어부 유광규(55)씨는 "최근 5년 넘게 봄 실뱀장어 조업 때 그물마다 95% 이상이 끈벌레로 가득 찼다"며 "끈벌레에서 나온 점액질로 실뱀장어가 금방 죽어 올해도 작년 같은 수준이면 조업은 사실상 힘들다"고 전했다.
그는 "날이 풀리면서 예년과 비슷한 시기에 끈벌레가 출현하고 있다"면서 "기온이 점차 오르는 다음주면 끈벌레 출현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곳 어부들은 "조업 때 그물에 잡힌 실뱀장어가 끈벌레 때문에 죽을까 봐 재빨리 골라 깨끗한 수조로 옮겼지만 모두 죽었다"면서 "최근에는 등이 휘고, 피부가 벗겨진 잉어와 붕어들이 왕왕 잡히는 걸 보면 강 생태계가 완전히 오염된 것 같다"고 강조했다.
어민들은 행주대교를 기점으로 한강 상류 6∼7㎞ 지점에 있는 난지물재생센터와 서남물재생센터가 정상처리하지 않은 하수·분뇨를 한강에 무단 방류하기 때문에 끈벌레가 발생한다고 주장해왔다.
고양시는 2016년 8월 한강 하류에 발생한 끈벌레의 발생원인 등을 밝히기 위해 '한강 수질과 끈벌레류 발생 원인 규명 및 실뱀장어 폐사 원인 등 어업피해 영향조사용역'을 인하대학교 산학협력단에 맡겼다.
인하대 산학협력단은 지난해 11월 말 최종 보고서를 발표, 끈벌레 발생원인에 대해 염도의 증감을 가장 강력한 요인으로 꼽았다.
염도의 변화에 따라 2013년께 끈벌레가 해당 지역 상류에서 하류 방향으로 서식처를 옮겼을 것으로 추정하는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어민들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심화식(64) 한강살리기어민 피해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몇 년간 한강 하류에서 발생한 녹조와 신종 괴물체인 끈벌레 출현은 오염된 방류수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끈벌레는 20∼30㎝ 크기로 머리 부분은 원통형에 가깝지만 꼬리 부분으로 가면서 납작해져 이동성이 좋고 주로 모래나 펄 속, 해조류 사이, 바위 밑에 서식한다.
신경계 독소를 뿜어내 마비시키는 방법으로 환형동물, 갑각류, 연체동물 등 어류를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 등 포식성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닷속 유해 생물로 알려진 끈벌레는 2013년 봄 한강 하류에 나타나면서 국내에 처음 보고됐다.
n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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