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 보느니 국내로 가자" 지방의회 '脫 해외연수' 바람

입력 2019-04-07 07:35  

"눈치 보느니 국내로 가자" 지방의회 '脫 해외연수' 바람
음성·괴산·증평군의회, 올해 연수 해외 대신 국내 선택
옥천군의회 7년째 안 가…충북 다른 지방의회도 '신중' 분위기

(증평=연합뉴스) 박종국 기자 = 지방의회에 탈(脫) 해외연수 바람이 불고 있다.
그간 '외유성'이라는 논란이 끊이지 않으면서 주민들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왔던 데다, 연초 경북 예천군의원이 국외연수 도중 여행 가이드 폭행한 사건으로 해외연수에 대한 비판 여론이 비등해지자 지방의회가 이를 속속 포기하고 있다.

2017년 물난리 와중에 해외연수에 나섰다가 이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국민을 야생 쥐의 일종인 레밍에 비유했다가 3명의 도의원이 소속 정당에서 제명되고, 1명은 의원직을 사퇴한 충북도의회 해외연수 파문도 반면교사로 삼는 분위기다.
증평군의회는 올해 해외연수를 가지 않기로 했다. 올해 책정된 해외연수 예산은 반납, 군이 추진하는 필요 사업에 보태도록 할 계획이다.
대신 지역 현안과 관련해 벤치마킹 할 수 있는 지역을 방문, 견문을 넓히는 국내 연수를 늘리기로 했다.
장천배 의장은 "초선 의원들이 많아 해외연수보다는 의정활동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국내 시설을 둘러보는 것이 좋겠다는 의원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올해 해외연수를 가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음성군의회도 올해 해외연수를 하지 않기로 했다. 음성군의회는 2016년을 빼고는 2014년부터 올해까지 5년째 해외연수에 나서지 않고 있다.
조천희 음성군의회 의장은 "불필요한 구설에 오르느니 국내 연수를 알차게 하는 것이 낫다"며 "편성된 해외연수 예산을 반납, 주민들을 위한 사업 추진에 보태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폐기물 소각시설 건립 반대 투쟁을 벌이고 있는 괴산군의회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해외연수를 포기했다.
괴산군의회는 지난 3일부터 2박 3일간 경기도 가평에서 의원 연찬회를 한 데 이어 하반기에도 국내 연수를 하는 것으로 대신할 계획이다.
신동운 괴산군의회 의장은 "의료폐기물 소각시설이 들어서는 것을 막기 위해 주민들이 애를 쓰는데 의원들이 해외연수에 나서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국내 연수를 알차게 해 의원들의 역량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2011년 싱가포르·말레이시아 연수를 마지막으로 7년간 단체 해외연수를 중단한 옥천군의회는 올해도 외국에 가지 않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예천군의원 사건 이후 해외연수를 미루거나 잡지 않고 있는 충북도의회와 다른 기초의회도 올해는 해외연수에 나서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한 지방의회 관계자는 "과거처럼 해외 나가는 것이 어려운 것도 아닌데 주민들의 눈총을 사면서 굳이 해외연수에 나설 필요가 있었겠냐는 분위기"라며 "자칫 해외연수에 나섰다가 실수라도 하거나 장마 등 갑작스러운 자연재해가 닥칠 경우 비난을 면키 어렵다는 인식 때문에 국내 연수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pj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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