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학살터 도령모루서 해원상생굿 열려

입력 2019-04-06 12:43  

제주4·3 학살터 도령모루서 해원상생굿 열려

(제주=연합뉴스) 전지혜 기자 = 제주4·3 당시 제주시 도령모루(도령마루) 일대에서 학살된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와 제주민예총은 6일 제주시 도령모루에서 4·3문화예술축전 찾아가는 현장위령제 '도령모루 해원상생굿'을 열었다.
올해 해원상생굿은 제주큰굿보존회의 시왕맞이 초감제, 유족 현장 증언, 소설 '도령마루의 까마귀'를 쓴 현기영 작가의 이야기, 살풀이, 서천꽃밭 질치기(영혼을 위무하고 저승길로 보내는 제차)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두살배기부터 노인까지 도령모루 4·3 희생자 60여명의 이름을 적은 종이를 걸어놓고 억울하게 희생된 이들의 넋을 위로하며 저승의 좋은 곳으로 가도록 기원하는 자리로 꾸며졌다.
행사를 주관한 민예총은 도령모루 일대가 고유의 지명을 잃어버리고 지금은 해태동산이라고 불리는 것에 대해 "4·3의 아픔이 담긴 땅이 어느 순간 자본을 내세운 특정업체의 이름으로 대표되며 제주의 근본은 사라져버렸다"고 비판했다.
민예총은 "4·3은 수많은 인명·재산피해를 낸 것은 물론 공동체 문화와 고유한 정체성마저 빼앗아갔다. 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서는 제주의 정체성을 되찾아야 한다"며 이런 의미에서 올해 이곳에서 해원상생굿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민예총은 2002년부터 4·3 당시 학살터나 불에 타 사라진 마을 등지에서 찾아가는 현장위령제를 거행하고 있다.



도령모루는 제주국제공항과 신제주를 연결하는 도로 중간 신제주입구교차로(7호광장) 부근의 언덕이다. 이 일대에서는 4·3 당시 최소 60여명이 학살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70년대 초 해태제과가 해태상을 세운 뒤 이 일대가 해태동산으로 불려왔다.
제주시는 4·3의 아픈 역사를 간직한 도령모루가 고유의 옛 명칭을 되찾도록 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적절한 장소를 물색해 해태상을 이전하기로 했다.
atoz@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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