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순간 떠오르는 '플래시백' 증상 호소…국가트라우마센터 심리치료 지원
(속초=연합뉴스) 김철선 기자 = "눈만 감으면 그때 그 시뻘건 불꽃이 생생하게 떠오르고 심장이 쿵쾅거리죠."
강원 산불로 고성군 용촌 1리에 있던 집을 잃고 인근 천진초등학교 대피소에서 생활하는 이재민 박모(78)씨는 의료진에게 불안 증세와 소화불량 등 사고 후유증을 호소했다.
7일 의료단체에 따르면 강원 산불을 겪은 피해주민들은 사고 충격으로 화재 현장이 반복적으로 떠오르거나 꿈에 나타나는 '플래시백' 증상 등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트라우마) 증상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천진초 대피소에 지원을 나온 대한적십자사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 관계자는 "직접 화재 현장을 목격한 피해주민들이 트라우마 증상을 호소하고 있다"며 "어제 하루 동안 이재민 19명이 불안증세 등을 호소하며 상담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어 "눈을 감으면 산불 현장이 다시 떠오르는 플래시백 증상뿐 아니라, 산불이 났을 때 친척에게서 걸려온 전화벨 소리가 사고 후에도 계속 들린다는 사례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처럼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는 피해주민들이 늘자 이재민 대피소에는 식료품 등 구호품을 지원하는 봉사단체뿐 아니라 심리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기관들도 모여들었다.
강원도 정신건강복지센터 연구기획팀장 김정유(40) 씨는 "이재민들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급히 파견을 나왔다"며 "대한적십자사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에서 일차적으로 피해주민을 상담하고, 추가 상담이 필요한 내담자 중심으로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사고 당시에는 대피하느라 경황이 없어 몰랐다가 점차 안정되면서 불안증세를 호소하시는 분들이 많다"며 "검사 결과 불안증세가 심각한 분들은 정신과 전문의에게 인계해주는데, 오늘도 내담자 한 분에게 전문의 상담을 권해드렸다"고 전했다.
재난 발생 시 국가적 심리지원 컨트롤 타워 역할을 담당하는 국가트라우마센터 역시 이동식 진료소로 속초, 강릉, 고성 등 여러 지역의 이재민 대피소를 방문하며 피해주민 대상 심리지원을 하고 있다.
강원 지역 한의사들도 이재민들을 돕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강원도 한의사협회 오명균(49) 회장은 "이재민분들은 사고 후 충격으로 불안증세나 수면장애, 소화장애 등을 호소하고 있다"며 "부황과 침술, 추나요법 등 한의학이 할 수 있는 방법을 최대한 동원해 도움을 드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7일부터 고성군 천진초등학교 대피소에 임시 진료소를 꾸리고 무료 진료를 하는 중"이라며 "평일에도 강원지역 한의사가 번갈아 가며 임시 진료소를 지킬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kc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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